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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레사 Feb 01. 2024

프랑스어 스터디

좋은 인연의 시작

1월부터 프랑스어 공부를 시작했다. 해야지, 해야지, 생각으로만 그쳤던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던 건 한인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덕이었다.

"프랑스어 스터디 함께 하실 분 구해요."

게시글을 읽어보니 여러모로 나와 잘 맞을 것 같아 댓글을 달았다.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 세 명이 모여 프랑스어를 공부하게 됐다. 


오늘은 네 번째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나, 모두가 약속시간 보다 한참 일찍 나왔다. 처음에는 일찍 나타나는 서로의 모습을 보고 살짝 놀라며 반가워했는데, 이제는 놀랍지는 않고 반갑기만 하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나면 각자 공부할 거리에 집중한다.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부분을 마무리 짓고, 오늘 공부할 내용을 살펴본다. 모임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 마음들이 좋다. 우리가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 것은 더 좋다.  


약속 시간이 되면 암기해 온 다이얼로그를 배역을 바꿔가며 왼다. 머리가 굳어서 암기는 더 이상 못할 줄 알았는데, 이게 하니까 또 된다. 안 되는 줄 알았던 게 되니까 자신감이 생긴다. 그다음으론 돌아가면서 준비해 오는 기사문을 함께 읽고 해석한 뒤 그것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눈다. 마지막으로는 숙제 검사! 지난 스터디 중에 새로 알게 된 단어로 다섯 문장 만들기가 숙제다. 한 사람이 적어온 문장을 소리 내어 읽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그 문장이 무슨 뜻인지 해석해 본다. 딱 일주일 전에 접한 단어들이 반은 낯설고, 반은 익숙하다.  


오늘은 특별히 모임을 마치고 센토사 섬으로 향했다. 차를 가지고 나온 멤버분의 제안을 덥석 문 것이었다. 평일의 센토사 섬은 한적했고, 바람은 시원했다. 요트가 가득 정박해 있는 부두를 배경으로 테라스 자리에 앉아 그리스 음식을 먹었다. 어디 멀리 여행을 떠나 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건전하고, 다정하고, 잘 웃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 평화롭고 편안했다. 부쩍 가까워진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훼손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커다란 보냉백이 내 손에 들려 있었다. 멤버 한 분이 집에서 직접 만든 깍두기와 양념게장을 나눠준 것이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보냉백 먼저 열었다. 아주 꼼꼼히도 포장을 해두셨다. 네 겹, 다섯 겹으로 쌓인 포장을 열고, 구석구석 야무지게 놓인 아이스팩을 꺼내면서 이 일을 꼭 반대로 했을 이를 생각했다. 손수 만든 반찬을 담은 뒤 혹시라도 상할까 아이스팩을 구석구석 끼워 넣고, 혹시라도 샐까 겹겹이 포장을 하는 이의 손길과 마음을. 그 정성이 고마워서 울컥했다. 내게 또 좋은 사람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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