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을 뚫고 들어오는 태양열이 뜨겁다. 차 내부는 좀처럼 시원해지지 않는다. 에어컨을 아무리 풀가동해도 막을 수 없는 태양의 열기. 암, 자연의 힘을 거스르기란 쉬운 일이 아니지. 아무리 억지로 온도를 낮추려고 해 봐야, 종국에는 지구가 더 뜨거워질뿐이고. 나 하나 시원하자고 소비하는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그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자원과 나오는 오염물질은?
신호대기를 하며 밖을 내다본다. 사람들이 있다. 민소매를 입은 사람, 슬리퍼를 신은 사람, 부채를 든 사람, 양산을 든 사람, 휴대용 선풍기를 목에 두른 사람, 모자를 쓴 사람, 선글라스를 쓴 사람, 짐을 들고 있는 사람. 가지 각색의 사람들. 그들은 하나같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마스크로 가려진 코와 입으로 얕은 숨을 내쉬고 있겠지. 작열하는 태양과 뜨거운 공기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그나마 올여름은 그렇게 습하지는 않다. 이게 유일한 위로라도 되어준다면 좋을 텐데.
여름 풍경이라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시원한 상상을 하게 마련이다. 청량한 바다, 과즙이 풍부한 수박, 얼음을 가득 넣은 레몬워터, 물놀이 뭐 이런 것들. 2021년 여름, 지금 내가 바라보는 현실 여름 풍경은 슬프다. 모두가 힘겹게 버티고 있는 여름. 오래간만에 인류를 향한 동지애가 솟는다. 그러나 곧 어떤 생각이 내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다. '다 자업자득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난개발, 도를 넘은 육식, 과소비, 조급증과 같은 절제 없는 인류의 욕심이 우리가 앓고 있는 이 이상기후와 전염병을 낳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두 아이를 세상에 내놓은 이상 '그래, 인류 너네(나 포함) 꼴좋다.' 하고 냉소하기란 무리다. 나는 오늘도 쓰레기를 줄이고, 덜 소비하고, 고기를 적게 먹고자 애써본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이런 일이 전부니까. 고작 이런 일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해지니까.
오늘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더 연장됐다. 코로나19는 일상을 넘어 인생을 바꾸어 놓고 있다. 입모양을 가린 마스크 때문에 유아의 언어 발달은 느려지고, 대면 수업으로 인해 학생들의 학습질은 현저히 떨어졌으며, 해외 발령이나 이민을 앞두고 있던 사람들의 무릎은 꺾였다.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신입생들, 파산 위기에 처한 자영업자들, 고인을 배웅하지 못하는 사람들,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말하자면 끝없는 이 사연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까? 모이기에 힘쓰던 기독교는 그 힘을 잃었고 사람들은 종교를 잃었다. 나는 정말이지 '신이 있는가?' 하는 오래된 질문에 마침내 마침표를 찍을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