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임자 라떼와 르뱅 쿠키

by 테레사

아메리카노를 사러 들어갔다가 흑임자 크림이 들어간 커피를 시켰다. 거기서 그쳤으면 좋았으련만, 커피를 기다리다 먹음직스러운 쿠키를 발견했다. '르뱅 쿠키'라고 적혀있는 처음 보는 쿠키. 무슨 맛일까. 내가 모르는 완전히 새로운 맛일 것만 같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을 것만 같다. 나는 내게 속는다. 속고 싶어서 속아 넘어간다. 이미 커피값 결제를 한 뒤였음에도, 나는 결국 "쿠키도 같이 주세요." 하며 카드를 다시 내민다.


이건 다 교통체증 탓이다. 30분 거리를 한 시간 걸려 도착했다. 운전을 좋아하지만 서울 도심의 밀리는 길이란 정말 피곤하다. 차 안에 갇혀있는 내내 커피 생각이 간절했다. 목적지에 도착해 볼 일을 처리하고 나니 카페인 수혈이 시급했다. 위급한 환자 마냥 눈에 보이는 병원, 아니 카페에 들어갔고, 그 와중에 어디서 마셔본 적 없는 그 집 시그니처 메뉴에 눈이 갔고(가장 잘 보이는 곳에 적혀 있었다), 뭔가에 홀린 듯 그냥 그렇게 그것을 시켰다. 그리고 쿠키도.


그래서, 그게 어쨌다고 이 야단이냐고? 그러니까, 그게 사실...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다이어트 중이다!(이렇게 당당하게 외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지는 것도 같은데) 운전석에 앉고 보니 억지로 몸을 구겨 넣은 작아진 치마가 배를 조여 오는 것이 느껴진다. 아, 이제 그만 너를 보내줘야 하는 것일까? 헌 옷 수거함으로?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난 뒤 손가락으로 쿠키를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사르르.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 그래, 지금 내게 필요했던 것은 정확히 이거였어! 이 조합보다 더 완벽한 처방은 없을 것이다! 빠른 속도로 그것들을 먹어치우고 나니 곧 쾌감은 잦아들고 찜찜함이 밀려왔다. 정말 맛있긴 했는데, 솔직히 내가 아는 맛이었어.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약할까. 쿠키만 안 먹었어도 나를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니까 오늘 저녁으로 꼭 샐러드를 먹어서 이 실수를 만회해야지 운운. 하... 지친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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