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더 글로리'의 문동은 역으로 다시 한번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송혜교.
백상예술대상에서 최우수 연기상까지 받으면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한 만큼 시트콤부터 드라마, 영화까지 그녀가 출연한 작품은 굉장히 많은데,
그중 그녀가 시각장애인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2013년에 방영했으니 벌써 10년 가까이 지난 드라마이긴 한데..
여자주인공은 송혜교가, 남자주인공을 조인성이 맡은 데다가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했고, 노희경 작가가 집필해서 꽤 인기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는 이 드라마의 내용보다 다른 논란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극 중에서 시각장애인 역할을 맡은 배우 송혜교가 하이힐을 신고 등장하는 신들이 있었는데, 몇몇 시청자들이 여배우로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현실과 다르게 하이힐을 신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이다.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위험하게 하이힐을 신을 수 있으며, 또 어떻게 그렇게 예쁘게 화장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아마 송혜교 씨가 키가 작은 편이다 보니 키가 큰 조인성 씨와 투 샷을 맞추기 위해 높은 힐을 신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실제 이유가 어떻든 이 논란은 꽤나 부끄러운 논쟁이었다. 그럼 시각장애인은 운동화만 신어야 하나? 민낯으로만 다녀야 할까?
시각장애인이든 정안인이든 내가 신고 싶은 날엔 하이힐을 신을 수 있고, 예쁘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할 수 있으며, 날씨나 기분에 따라 원하는 옷을 입을 수 있다. 이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편견이다. 실제로 내가 아는 시각장애인 분 중에는 화장에 관심이 많고 또 굉장히 잘하는 분도 계셨고,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점자 투명 스티커를 옷에 작게 붙여두고 매번 OOTD를 코디해 입으시는 패피도 계셨다.
이는 2013년의 논란이니 요즘 같은 시대라면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요즘은 유튜브에 일상을 찍어 올리는 시각장애인들도 굉장히 많고 인식도 개선되어서 그 옛날보다는 확실히 달라졌을 것이라 믿는다.
이와 똑같은 의문은 아니지만, 안내견학교에서 근무하면서 안내견 설명회를 다닐 때 꽤 많은 사람들에게 받은 질문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안내견을 키우면 목욕은 어떻게 시키고 배변은 어떻게 치우냐는 것이다. 물어보는 분은 절대 악의는 없고 오히려 걱정과 배려를 담아 하는 질문인데, 그래서 더욱 힘 빠지는 말이다.
"모두 스스로 합니다."
그래서 난 더 힘주어 대답했었다. 시각장애인이 안내견과 함께 하려면 일정 기간 합숙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이때 안내견과 함께 걷는 법뿐 아니라 안내견들의 털 손질이나 목욕, 배변, 식사 등을 모두 다 스스로 챙기도록 교육받는다. 안내견과의 교감이나 관계 형성을 위해서도 스스로 해야 하고, 시각장애인도 자신의 눈이 되어주는 안내견을 당연히 기꺼이 챙긴다.
그들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건,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우리들의 손가락질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