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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명진 Mar 11. 2020

떠나지 않아도 쓸 수 있게 됐어

<글쓰기 일기> 2020 0311 13:36

이상하게 오늘은 배가 고프지 않아 점심을 거르고 카페에서 3시간째 글을 쓰고 있다.


며칠 동안 마무리하지 못하던 '힘내라 시골청년' 세 번째 연재 글을 완성했고, 오늘 저녁 동네 후배와 함께하는 책 쓰기 모임에 보여줄 글을 다듬었고, 새로운 책 소재에 대한 글을 짤막하게 썼다.  


코로나가 준 강제휴가 덕분에 요즘 글쓰기에 집중하게 됐다. 며칠 전에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곳에 숙소를 잡고 1박 2일 동안 글을 썼다. 첫 책으로 쓰고 있는 '마을 글쓰기' 초고를 완성하고 말겠다는 각오였다.


그날 늦은 오후부터 저녁까지 꾸역꾸역 글을 썼다. 다행히 창밖으로 푸른 바다가 내려다 보여 갑갑하지 않았다. 숙박비는 4만 원으로 비교적 저렴했지만, 돈까지 내며 글을 쓰러 왔으니 목적을 달성하고 말겠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다.

바다를 향해 해가 지는 풍경이 내다보이는 창문 옆에서 글을 썼다.


주위는 어두워졌고 혼자인 밤이 심심해지자 술 생각이 간절했다. 늦은 밤까지 글을 쓴 내가 기특해져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자기 합리화가 고개를 들었다. 술을 마실 것인가, 글을 계속 쓸 것인가를 두고 글을 썼다. 그 글은 둘 다 해도 괜찮다는 답을 줬다.


밤바다 앞에서 조개구이의 유혹에 못 이겨서 소주를 한 병과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이 들었다.(조개구이 가게 사장님이 조개를 구워주시며 해주신 인생 이야기를 소재 다음날 아침에 짧은 한 편의 글을 썼으니, 조개구이를 선택한 나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


새벽 3시에 깨서 다시 글을 썼다. 술이 깼는지, 잠 깼는지 애매한 상태에서 글을 쓰는데 머리가 아니라 손가락으로 글을 쓰는 느낌이었다. 손가락이 알아서 생각하고 감정을 느꼈다. 몰입이 이런 것일까.


글쓰기 여행을 다녀온 후 알게 된 것은 1박 2일 내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글만 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그래 봤자 멈추지 않고 쓸 수 있는 시간은 1시간을 넘기 힘들며, 합쳐봐야 4~5시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글만 쓴 누적 시간을 일일이 계산해봤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일상에서 마음만 먹으면 (별다른 업무가 없다면) 하루에 꾸준히 3시간 정도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이제 일상에서 글 쓰는 일이 편해졌다. 그래서 지금도 카페에서 글을 쓴다. 다행히 배가 고프지 않다. 이러다가 글을 쓰며 다이어트도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시간과 경험은 코로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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