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의 공장이 멈췄다. 대부분의 나라가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사람들이 일상 활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소비가 줄어든다. 생산과 소비의 감소, 전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버티기 힘든 기업들은 사람들을 해고하기 시작했다. 항공사, 여행사, 석유화학 등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기업들의 도산이 우려된다. 코로나 19 펜데믹(세계적 전염병 유행)으로 세계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며 아우성이다. 경제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던 인간 사회가 21세기 초반을 넘어서려고 하던 문턱에서 멈춰 선 모습이다.
인류가 경제활동을 멈춘 사이 지구별의 자연환경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와 해변에 야생동물이 다시 찾아와 자신의 영역을 만든다. 태국의 관광지 롭부리 지역에 사람들이 사라지자 원숭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영역 다툼을 하기도 하고, 출입 통제된 인도의 루시쿨야 해변에는 올리브 바다거북 80만 마리가 알을 낳으러 돌아왔다고 한다.
코로나 덕분에 중국 공장이 멈추고 자동차 운행이 줄어서 인지 요즘 미세먼지 없는 파란 하늘을 보는 날이 늘었다. 봄날에 이런 파란 하늘을 며칠 연속으로 볼 수 있었던 적이 언제였던가.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면서 대기오염지수가 낮아졌다.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대기오염 개선으로 수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가 지구별에 준 선물이다.
어쩌면 지구별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바이러스는 인간인지도 모른다. 옛날의 인류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 살았지만, 현생 인류는 경제성장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벌였다. 공장을 만들기 위해 산을 없애고 강을 오염시켰으며,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도 미식을 위해 수많은 동물들을 먹어 치웠으며, 쓸 만한 물건을 버려 쓰레기를 쏟아내고 새로운 물건을 탐욕해왔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이런 인간의 활동을 축소시키고 멈출 것을 강요한다.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과연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사람들이 서로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을 격리해서 코로나 바이러스 종식에 성공했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신종 바이러스는 또 생겨날 것이다. 사스 -> 신종플루 -> 메르스 -> 코로나까지 인간 사회를 위협했던 바이러스는 모두 21세기가 시작된 20년 안에 일어났다. 이제 신종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는 일은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도 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사실 옛 조상들은 바이러스와 세균도 우리 몸을 구성하는 일부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바이러스와 세균, 기생충들은 우리 몸을 수시로 드나든다. 바이러스와 세균이 병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 몸의 조화가 깨졌을 때 병적 증상이 나타난다고 봤다.
한 인간의 면역력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지구별 전체의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병을 고치려면(건강을 얻으려면) 생활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봤다. 각자의 삶의 방식, 그리고 지구별에 얹혀사는 인류의 생활 방식이 바뀌지 않고서는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스스로 이산화탄소도 줄이지 못하고, 쓰레기 대란을 해결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만드는 것도 어쩌면 코로나의 선물이 아닐까.
* 대문 이미지 출처 : Photo by Kira auf der Heide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