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동갑내기 친구들

힘내라! 시골청년<7>

by 정명진

귀촌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감정은 외로움이었다. 충남 홍성으로 귀촌했을 때 내 나이는 서른이었는데, 한창 또래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할 때였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함께 뛰어놀던 친구들은 고향에 있었고, 20대 치열한 고민을 함께 나눈 친구들은 서울에 있었다. 학연, 지연, 혈연도 없는 홍성에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아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 띠동갑 근처의 선배들이었다. 고민도 들어주고 술도 사주는 고마운 선배들이었지만, 마음이 통하는 또래 친구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또래들은 살아온 경험과 고민이 엇비슷해서 그런지 마음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그리웠다.


운 좋게도 홍성에서 10년간 살면서 그런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한 친구는 6년 전 홍성으로 귀촌해 환경단체 활동가로 꾸준히 일한다. 알고 보니 같은 대학 동기였다. 대학 캠퍼스에서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데 홍성에서 만났다. 항상 밝고 쾌활하고 지역, 환경, 시골의 가치를 온몸으로 실천한다. 지향하는 가치가 비슷해 환경, 기본소득, 마을공동체와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즐겁다.


또 다른 친구는 나와 비슷한 시기에 홍성으로 귀촌했다. 귀촌하기 전에 목수가 되려고 한옥학교를 다녀서 손재주가 많다. 우리 집 마당에 있는 그네 의자도 이 친구의 솜씨다. 생각해보니 이 친구에게 받은 게 많다. ‘미디어’라는 공통의 관심사 덕분에 시골에서 함께 창업도 했다. 요즘에도 만날 때마다 지역에서 미디어, 콘텐츠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아이디어를 나눈다.


또 한 명의 소중한 친구는 홍성 토박이다. 이 지역 오래된 맛집을 훤히 알고 있어서 술과 밥을 자주 함께 한다. 함께 이야기 나누다 보면 지역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지역 주민들이 무엇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게 된다. 지향하는 가치와 관심사는 다르지만, 가장 자주 만난다. 솔직한 마음을 털어놔도 되는 오래된 친구 같다. 특히 귀촌과 시골 창업이라는 평범하지 않는 길을 걸어온 나를 항상 응원해준다.


젊은 사람들이 귀한 시골에서 동갑내기, 그것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이들이 없었다면 외로워서 친구를 찾아 서울을 수없이 오갔을 것이다. 그랬다면 낯선 지역에서 뿌리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동갑내기 친구들 덕분에 도시를 떠나 시골을 선택한 나의 30대 청춘이 빛났고 즐거웠다.


*메인이미지 출처 : Photo by Helena Lope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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