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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맹 Jul 15. 2019

사람에게는 관계의 냄새가 배어있다.

"엄마 냄새와 엄마 색안경의 콤비 플레이"

엄마 냄새와 엄마 색안경은 콤비 플레이다. 함께 작동한다. 엄마가 색안경을 끼고 '내 아이가 소심해'라며 불안해하고 걱정하면 아이는 '소심 냄새'와 '불안·걱정 냄새'를 풍긴다. 아이의 소심함을 없애려고 노력하지만 소심함이 없어지기는커녕 아이한테 '소심' 냄새가 배고 엄마의 '걱정과 불안'이 아이 몸과 마음에 배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이는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 법칙과 같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면 할수록 코끼리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리다. 이 현상을 '프레임(frame) 효과'라고 한다. 어떤 틀에 생각이 갇히는 것이다. '소심함'의 색안경으로 보면 '얼마나 덜 소심해졌나'라는 틀에 갇히게 되고 아이는 계속 '소심한 아이'로 남는다.

    『엄마 심리 수업』 28쪽, 윤우상(2019, 심플라이프)


엄마가 아이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결국 냄새처럼 아이 몸에 배어

아이의 정체성이 되어버릴 있다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 경고다.

그런데,

『엄마 심리 수업』을 읽는데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 떠오른다.

이거 참.


그런 생각이 든다.

나에게 좀 더 관대하고 무조건적이고 자신을 살펴주길 바라는 남편에게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야."라고 얘기하면서도,

어쩌면 내가 먼저 남편을 내 아들처럼, 엄마의 마음으로 대한 건 아니었는지.

그것도 비뚤어진 색안경을 낀 엄마의 마음으로.


집에서 남편이 해놓는 일은 대체로 내 성에 차지 않는다.

대강 해놓고 소파에 엎어져 있기 일쑤다.

알아서 일어나 하지 않으니 이거 해라 저거 해라 시키게 되고,

굼뜬 행동에 속이 터져 빨리 해라 재촉한다.

이건 이렇게 해놨는지 따지고,

제대로 하는 게 있나 싶어 한숨이 나온다.

결국 내 손으로 다시 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왜 꼭 일을 두 번 하게 하니.


가사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함에 있어

남편은 나의 파트너가 아니다.

서툴고 의지박약한, 그래서 손이 많이 가는 못난 아들이다.

그러니 알아서 잘해놨겠지 하는 믿음 또한 없다.

이런 마음이, 남편한테는 자신을 무시하는 걸로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싶네.


어쩌면 눈치 빠르고 능숙하게 집안일을 잘 해내지 못하는 남편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가 더 잘못일까.

못난 큰 아들로 대하며 살아서,

그 사람한테 못난이 냄새가 배어버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인 것만 같은 아이를 보며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시간은 무상하고

일상은 힘겹다.

그러는 사이 참 많이 싸우고, 서로를 상처 입힌다.


"내 치다꺼리까지 안 해도 돼."

라며 잔뜩 화가 나 있는 남편에게

실은 나도 너무 힘들어서,

 "당신도 고생했으니 잠깐 같이 쉬고 나서 뭘 해도 하자."는 말을 듣고 싶을 뿐이었다고.

힘든데 성질부려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더 막 성질 내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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