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붕괴, 폐허 그다음은...

나를 찾는 과정이 힘겹다.

by 뮤뮤

겨우 다잡은 마음에 지진이 일 때면 나는 크게 음악을 튼다. 더 경쾌하고 더 빠른 비트로 고막을 찢을 듯. 빛깔마저 검붉은 핏빛 위해를 가한다. 감정의 고통 따윈 육체의 고통과 견줄 수 없다고 분명하게 경고해 두는 거다. 나를 집어삼키려 몰려오는 어두운 그림자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도록 주변을 어지럽게 만드는 거다. 만약 내가 그 기운을 감지해 내는 순간 나는 반드시 무너질 것이므로. 나는 그만큼 취약함으로.


너는 내게 해일, 폭풍우, 격랑, 혼돈.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인 것이다. 예고되지 않은 재난인 것이다. 그러니 알 수 없었고, 막을 수 없었고, 피할 도리가 없었다. 왜 하필 나한테. 왜 하필 내게만. 나는 이미 충분히 닳고 낡아 더는 날아오를 수 없다 생각했는데. 이제 다 와 갔는데. 이렇게 천천히 메말라 부서질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왜 희망이란 불씨를 지펴서는 왜 웃게 만들었을까. 살고 싶게 만들었을까.


내 안에 작은 균열들이 다시 스며들고 있다. 처음에는 미세한 손끝으로 느낄 듯 말 듯한 틈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점점 깊어져 갈비뼈 사이를 쥐어짜 통증으로 번진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날카로운 균열이 갈라지는 소리가 귀 안에서 울리는 듯. 마음속 깊은 곳이 쩍 갈라지는 듯. 나는 지금 떨고 있다.


어렵게 구축해 놓은 나의 세상이 붕괴하려 한다. 단단하다고 믿었던 내 안의 구조가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고 내 몸과 마음이 함께 쏟아지는 듯하다. 심장은 무겁게 내려앉고 머리와 팔다리 끝에서부터 힘이 빠져나가 온몸이 바닥으로 끌려들어 가는 느낌이다. 눈앞이 어지럽고 손끝 발끝이 얼어붙어 붙잡을 힘조차 잃는다.


마침내 남는 것은 폐허. 내 안의 온기와 숨결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는 고개 숙여 흐느낀다. 무너져 내린 잔해 속에 그대로 주저앉아 있다. 이 폐허 속에서 남은 것은 오직 끝없는 공허와 나조차 감당할 수 없는 절망뿐이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왜 이렇게 아플까. 참 나쁘다.


빛이고 온기고 뭐고 다 위선이고 가식이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그러니까 나도 별 수 없는 사람인 거다. 나를 찾았다 생각했으나, 찾은 듯했으나,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아직은 더 방황하고 힘들어해야 할 것이 남았나 보다. 그래야 끝나나 보다. 찾을 수 있나 보다. 나를 찾는 과정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너무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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