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좀 쓸쓸한 것

필연적 아픔

by 뮤뮤

이렇게 황량한 사막 같은 저 일지라도 사랑에 대해 한번 써보고 싶어요.


#1. '사랑' 하면 어떤 모습이 떠오르나요.

저는 '하늘'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해요. 넘어가는 햇살을 받아 황홀한 빛으로 물들 때, 빗물 가득 머금은 먹구름을 무겁게 떠안고 있을 때, 달빛을 조용히 품고 유영할 때, 상승기류를 만나 우주에 닿을 듯 높이 치솟은 신비로운 구름을 담고 있을 때, 혹은 날이 너무 맑아 눈 뜨는 것조차 힘겨울 때처럼 늘 변화무쌍하죠. 때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는 반드시 존재하죠. 그렇게 어렵고도 분명한 다채로움이 바로 사랑인 것 같아요. 언제나 맑음이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렇지만 우리 다 알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거.


#2. 사랑, 찬란히 어두운 쓸쓸함

시작은 늘 눈부시게 반짝이죠. 하지만 그 빛은 오래가지 않아요. 눈부신 햇살 아래서 함께 웃던 기억도 어둑한 저녁에 무심히 지나친 말 한마디에 금세 바래버리죠. 그렇지만 우리는 이상하리만치 그 사라진 색감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믿어요. 사랑의 본질은 계속, 영원에 있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 있기 때문이에요. 잠시 피어올랐던 그 순간의 온기가 모든 외로움을 견디게 해 주니까요. 사람들은 사랑에 빠지면 다 주지 말라고 해요. 다 보여주지 말라고. 언제나 나를 위해 조금은 남겨두라고. 그런데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내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도 부족한 게 사랑 같은데 말이죠. 저는 그게 안 돼요. 물론 다 주고 나면 그 자리에 남는 게 허무와 쓸쓸함이란 걸 모를 리 없는데도 말이에요. 쓸쓸했다는 건 진실했다는 마음의 반증일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두려워하면 안 돼요. 최선을 다해 버티고,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봐야죠. 내가 닳아 쓰러질 때까지 끝까지 버텨보는 거예요. 그래도 안 되는 거면 그때 포기하면 돼요. 저는 그런 사랑을 했어요. 물론 그는 알리 없겠지만요. 우린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해요. 그래서 끝내 닿을 수 없었어요. 하지만 분명한 건 제게 그건 사랑이었어요.


#3. 사랑은 계속되어야 해요.

사랑은 다시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을 돌보게 하는 마음의 공간이에요. 그 빈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며 얼마나 많은 눈물과 회한을 삼키게 될지 다 알면서도 말이에요. 다시 그 길을 걸어가야 하죠. 세상에 결국 실패라 불리게 될 나의 사랑도 어쨌든 계속될 거예요. 지금까지 저는 어떤 모습들이 우리를 실패로 이끌었는지 분명히 보았어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짓은 멍청이들이나 하는 거예요. 그래서 꼼꼼히 적어요. 잊지 않으려고요. 그러면서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됐거든요. 나는 누군가와 함께할 때 내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잘 알아요. 또 그 따뜻함을 상대가 더 이상 원치 않는다 느껴질 때면 나 자신이 얼마나 여린 존재인지도 깨닫죠. 그것이 사랑이 주는 쓸쓸함이 잖아요. 하지만 저는 믿어요. 결국 사랑은 결국 우리를 더 너그럽게,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요.


#4. 너로 인해 받을 상처를 감수하겠다는 각오

아무리 성숙한 사람이라도 사랑 앞에서는 여전히 서투르고 불완전하죠. 그 불완전함 속에서 서로를 안아주는 일, 그것이 사랑의 진짜 모습일 거예요. 그걸 아는 이들에게 사랑은 더 이상 거창한 낭만이 아니라, 그냥 함께 살아가는 일상이에요. 식탁 위의 따뜻한 밥 한 그릇, 고된 하루 끝의 짧은 안부 인사, 그리고 아무 이유 없이 느껴지는 그리움들이요. 사랑은 그렇게 일상의 틈에서 피어나고, 또 그 틈에서 서서히 스러져요. 하지만 그 흔적은 오래 남아요. 때론 음악 한 소절, 낡은 사진 한 장, 아니면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같은 사소한 일로 다시금 마음속에 되살아나죠. 그럴 때마다 우리는 잠시 미소를 지어요. 그때의 사랑이 완벽하지 않았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이었다는 걸 기억하니까요.


#5. 그렇게 아픈데도 계속 사랑을 해야 할까?

아마도 답은 아주 단순할 거예요. 태어나 아무에게도 어떤 의미가 되지 못하고 맞이하는 죽음처럼 허무한 게 있을까요. 사랑은 사람이 세상에 남기는 가장 작지만 큰 흔적이에요. 모든 것은 사라져도, 한 사람의 마음속에 남은 온기만은 쉽게 지워지지 않죠. 우리가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건, 그 온기를 통해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기 때문일 거예요.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미소를 남기려 나의 어둠을 숨겼다면, 포기하려는 순간에 내 마지막 힘을 쥐어짜 손 내밀었다면, 그것은 사랑 이겠죠. 사랑은 늘 불완전하지만 그 불완전함 때문에 더 인간적이고 아름다워요. 꼭 맞춰지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끼워지려 했던 그 마음이 우리를 결국 살아 있게 하니까요. 그래서 필연적이죠. 아무도 사랑하지 않고 또 사랑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요. 결국 사랑의 상처조차 우리가 여전히 살아 있었다는 증거 아닐까 생각해요.


그러니까 사랑은 계속되어야 해요.

반드시요.

이렇게 살라하는 건 아무 저항 없이 죽음을 맞이하라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어요.

전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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