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운명으로 태어난

by 뮤뮤

인생이 다 부질없어요. 그런지 꽤 오래됐어요. 그래도 계속 살아야겠죠. 그런데 말이에요. 더 살아야 할 의미도 이젠 얼마 안 남은 것 같아요. 더는 악착같이 살고 싶은 맘도 없어요. 슬퍼요.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말이죠. 온 생이 슬픔이라면 어떻겠어요. 그래도 살아야 할까요. 오늘도 희미하기만 한 하루입니다. 떠나고 싶어요. 아무도, 아무것도, 아무 일도 없는 곳으로 말이에요. 저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하죠? 길을 잃었어요. 온통 어둠뿐이에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완전한 어둠 말이에요.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아요. 눈물이 하염없이 흐르네요.


지구를 사랑하는 저 달도 외로울까요. 매일을 달려도 닿지 않잖아요. 닿을 수 없잖아요. 아무리 얼굴을 바꿔가며 외쳐봐도 들리지 않잖아요. 얼마나 슬플까요. 저 빛마저 안쓰러워요. 더 다가가지도 떠나지도 못하는 처지가 애달파요. 끝내 혼자일 수밖에 없는 나 같아서.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나 같아서. 제 힘으로 빛조차 꺼트릴 수 없는 나 같아서. 달로 태어난 운명은 어쩌면 결국 혼자임을 받아들여야 하는 제 인생과도 같은 걸까요.


밤이 깊을수록 더 또렷해지지만 누구에게도 손 내밀 수 없는 운명. 햇살에 지워지고 구름에 가려지고 그저 누군가의 하늘 한켠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삶. 달은 그렇게 스스로를 비추는 법을 배워야 했을 거예요. 비록 빛은 자신의 것이 아니지만 그 빛으로 어둠을 밝혀야 했으니까요.


어쩌면 나도 그렇겠죠.

삶과 죽음. 중간 어디쯤에 늘 맴돌며 흔들리며 매일같이 도는 거예요. 애처로이 남에게 빌린 빛을 겨우 반사시키며 매일 떠오르는 저 달처럼, 그렇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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