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의 길 코스·신청법 총정리
수십 년간 굳게 닫혀 있던 분단의 상징, 그곳이 이제는 '평화'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다. 군사적 긴장과 생태적 보존의 경계에 놓인 비무장지대(DMZ), 그 특별한 공간이 다음 달부터 누구에게나 열리는 걷기 여행길로 다시 태어난다.
‘DMZ 평화의 길’은 단순한 트레킹 코스가 아니다. 전쟁의 흔적을 지나, 평화와 생명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살아 있는 역사 속 산책길이다.
강원 고성에서 인천 강화까지, 대한민국의 접경지역을 따라 조성된 총 10개의 ‘DMZ 평화의 길’ 테마노선이 이번에 처음으로 전면 개방된다.
인천 강화, 경기 김포·고양·파주·연천,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에 이르는 이 길들은 각각 지역의 생태, 역사, 문화를 반영한 테마로 구성돼 단순한 여행 그 이상의 체험을 약속한다.
예컨대 인천 강화 노선은 ‘강화전쟁박물관’과 ‘평화전망대’를 포함한 총 62.5km의 장거리 코스로, 하루 5~6시간에 걸쳐 강화도의 전쟁과 평화의 흔적을 체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여정은 민간인통제선 이북이라는 특수한 지역을 마을 해설사와 동행해 체험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트레킹과는 확연히 다르다.
쉽게 접근할 수 없었던 그 땅을 직접 걷는다는 점에서, 여행자들은 자연과 분단, 그 사이에서 숨 쉬고 있는 평화를 오롯이 마주하게 된다.
이 특별한 경험에 참여하고 싶다면, 먼저 사전 신청이 필요하다. 신청은 3월 28일부터 ‘평화의 길’ 공식 누리집 또는 모바일 앱 ‘두루누비’를 통해 진행되며, 참가자 전원은 신분 확인을 거쳐야 한다.
비무장지대라는 특수한 공간에 들어가는 만큼 절차는 엄격하지만, 참가비는 단돈 1만 원. 그리고 이 비용은 단순한 지불로 끝나지 않는다.
참가자 전원에게는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 상품권으로 1만 원이 전액 환급되어,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직간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여행이 곧 소비, 그리고 응원이 되는 셈이다.
평화의 길을 걷는 동안에는 전문 해설사와 마을 주민이 동행해, 철책선과 전망대 너머에 숨겨진 이야기와 역사적 배경을 직접 들을 수 있다. 오랜 시간 침묵으로 닫혀 있던 공간에서 들려오는 생생한 증언은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철책선 너머를 걸으며 듣는 이야기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체험이 되고, 발걸음은 곧 평화를 향한 메시지가 된다. ‘DMZ 평화의 길’은 그동안 닫혀 있던 분단의 공간을 여행이라는 방식으로 열어가는 새로운 시도다.
전국 10개 지역에서 각기 다른 이야기를 품은 테마노선들이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 자연과 역사, 그리고 평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특별한 여정에 발을 디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