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성암사에 ‘하얀 목련’ 만개
하얀 비단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그 자태, 목련은 차가운 공기 속에서 피어날수록 오히려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봄이 오면 수많은 꽃들이 피어나지만, 누군가는 오직 이 순간을 위해 시간을 낸다.
부산에서도 그런 봄을 만나기 위해 일부러 발걸음을 옮기는 이들이 있다. 도심 한복판에 숨겨진, 목련 명소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 바로 남구 용호동의 성암사다.
성암사는 부산을 대표하는 대형 사찰은 아니지만, 봄이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뀐다. 사찰 앞마당을 가득 메운 목련나무들이 동시에 꽃망울을 터뜨리는 그 순간, 경내는 눈이 내린 듯 순백의 세계로 변한다.
붐비지 않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꽃을 감상하는 일은 마치 혼자만의 봄날을 누리는 것과도 같다. 사람에 치이지 않고, 오롯이 꽃과 마주할 수 있는 이곳은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이곳의 백미는 이른 아침, 햇살이 사찰 지붕 위로 부서지듯 떨어지는 순간이다. 부드러운 빛이 목련꽃잎을 비추면, 그림자까지도 한 폭의 풍경이 된다.
평일 오전에 방문하면, 마치 나만을 위한 정원처럼 조용하고 온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굳이 포토존을 찾지 않아도, 성암사의 어디든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이 가득하다. 이토록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풍경은 부산 도심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올해 성암사의 목련은 평년보다 늦은 3월 말부터 4월 중순 사이 절정을 맞는다. 그러나 매년 기온과 날씨에 따라 개화 시기가 미묘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출발 전 SNS나 지역 블로그에서 실시간 개화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특히 봄비나 강풍이 예보된 날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꽃잎이 떨어지면 금세 그 풍경도 사라지기 때문이다. 잠시의 타이밍을 놓치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 만큼, 준비는 철저하게 하자.
누군가는 벚꽃 아래에서 봄을 찾고, 또 누군가는 목련 아래에서 계절을 느낀다. 부산 성암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고 깊은 봄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소란스러운 도시 속에서도 이렇게 고요하게 봄을 품은 곳이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안이 된다. 하얗게 피었다가 눈처럼 사르르 지는 목련의 순간은, 짧기에 더욱 아름답고, 지나고 나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