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동해시 벚꽃 여행지 3선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마음은 자연스레 밖으로 향한다. 그 중심엔 언제나 벚꽃이 있다. 화사하게 피어난 꽃들 사이를 걷는 것만으로도 봄의 시작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년 비슷한 장소에서 벚꽃을 즐기던 사람들에게 이번에는 조금 특별한 선택지를 제안하고 싶다. 강원도 동해시. 조용한 수변에서부터 시간의 흔적이 배인 공간까지, 벚꽃이 감싸안은 세 가지 풍경이 봄의 깊이를 더해준다.
동해시 부곡동에 숨은 듯 자리한 수원지는 과거 상수도 용지로 사용되던 곳이다. 평소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이 공간이, 봄만 되면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수십 그루의 벚나무가 오래된 콘크리트 구조물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잊혀진 시간 위에 봄이 내려앉은 듯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핑크빛 꽃잎들이 수면과 바닥에 어우러져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곳은, 단순히 예쁜 풍경을 넘어 깊은 여운을 남기는 장소다.
조용히 머물러 있고 싶은 이들이나 감각적인 사진을 남기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스팟이다.
한때 지역 산업의 중추였던 동부사택은 이제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인 장소다. 그러나 매년 봄이 되면, 이 조용한 공간이 눈부시게 변한다.
붉게 녹슨 철제 구조물과 회색빛 벽면 위로 벚꽃이 피어오르며, 그 대비가 만들어내는 분위기는 독특하면서도 몽환적이다. 과거의 흔적 위에 덧입혀진 분홍빛은 마치 한 장의 영화 속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사람의 손길이 멈춘 장소에 자연이 만들어낸 색이 입혀지는 순간, 동부사택은 누구보다 감성적인 벚꽃 명소로 재탄생한다.
동해시 중심을 흐르는 전천을 따라 조성된 제방길은 누구나 편하게 걷기 좋은 산책로다. 봄이면 이 길이 ‘벚꽃 터널’로 바뀌며, 걷는 내내 분홍빛 그늘 아래를 지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강물의 잔잔한 흐름과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 그리고 길을 따라 이어진 벚꽃나무들이 어우러져 진짜 ‘봄 산책’을 완성해준다. 여기에 매년 열리는 전천축제가 더해지며, 공간은 활기를 더한다.
2025년에는 4월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진행되며, 다양한 문화 공연과 체험 부스, 야간 조명이 함께하는 행사로 풍성한 봄의 밤까지 즐길 수 있다.
강원 동해시에서 만나는 봄은 단순히 ‘벚꽃 구경’에 그치지 않는다. 고요한 호숫가부터 산업의 기억이 서린 공간, 그리고 로맨틱한 강변 산책길까지. 각기 다른 배경 속에 피어난 벚꽃은 그 자체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부곡동 수원지의 잔잔함, 동부사택의 감성, 전천 제방길의 활기찬 축제. 이 세 곳만 둘러봐도 봄날의 모든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이번 봄, 사람들로 붐비는 명소보다 나만의 감성을 채워줄 곳을 찾고 있다면, 동해시에서 오롯이 당신만의 계절을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