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일몰 명소 이상의 가치를 품다
제주 서쪽 해안선을 달리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 위로 거대한 하얀 날개가 천천히 회전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된다.
단순히 ‘인생샷’ 명소로만 알려진 신창풍차해안도로는 사실 제주의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특별한 현장이다.
해상과 육지에 줄지어 선 풍력발전기는 국내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의 일부로, 제주의 강한 바람을 연간 약 29,65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바꿔낸다.
‘탄소 없는 섬 2030’을 향한 제주의 의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풍경이자, 자연과 기술이 빚어낸 경이로운 합작품이다.
이 첨단적인 모습 바로 옆에는 제주의 옛 지혜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검은 현무암으로 쌓은 원담은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던 전통 어로 방식으로, 전기 없이 자연을 활용했던 선조들의 삶을 보여준다.
바다 위로 길게 뻗은 산책로에서는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며, 썰물 땐 현무암과 해초가 드러나 신비롭고, 밀물 땐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별도의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연중 개방되며,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일몰 무렵이다. 풍력발전기 실루엣 너머로 차귀도의 능선이 붉게 물드는 풍경은 제주 서쪽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인근에는 월령리 선인장 군락, 판포포구, 수월봉 등 매력적인 여행지가 가까워 하루 코스로 엮기에도 좋다.
그저 드라이브 코스로 스쳐가기엔 너무 많은 이야기를 품은 신창풍차해안도로는 바람이 전하는 제주의 미래, 그리고 돌담이 들려주는 과거 속을 걸으며, 익숙한 제주의 풍경이 한층 깊고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