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파랑길 속 특별한 바다 산책
바닷가 산책로는 흔하지만, 시간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길은 드물다.
경남 고성의 해지개 해안둘레길은 아침의 청량함, 노을의 낭만, 밤의 화려한 야경까지 하루 종일 다른 매력을 담아내는 특별한 곳이다. 짧은 여정 속에서도 감동을 주며 일상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게 만든다.
둘레길의 출발점은 고성군 고성읍 신월리에 위치한 데크길이다. 발을 들이는 순간 호수처럼 잔잔한 고성 앞바다가 시야 가득 펼쳐진다.
총 1.4km 구간은 성인 걸음으로 20여 분이면 충분히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초승달 조형물과 인어공주 벽화 같은 포토존이 곳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특히 이 길의 하이라이트인 해지개다리(길이 209m, 폭 3.5m)에 오르면 이름처럼 ‘해가 지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뜻이 실감난다.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바다 위로 번지는 붉은 빛과 함께 감동적인 풍경을 완성한다.
그러나 진짜 매력은 해가 진 후에 드러난다. 일몰 직후부터 밤 11시까지 켜지는 경관 조명은 길 전체를 환상적인 무대로 바꿔놓는다.
특히 하트 터널은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연인과 가족 여행객들에게 인기 만점의 명소가 되고 있다. 낮과 밤, 두 가지 전혀 다른 풍경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이 길만의 매력이다.
무엇보다 해지개 해안둘레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전남 해남 땅끝마을까지 이어지는 남파랑길 14코스의 일부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초장거리 트레일의 한 구간을 걷는다는 사실은 단순한 산책을 더욱 특별한 경험으로 만든다.
입장료와 주차료도 무료라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힐링 코스. 잠시 바다를 가장 가까운 친구 삼고 싶다면, 고성의 해지개 해안둘레길이 그 자리에 서서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