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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길 100선 선정”새벽마다 열리는 비밀 산책로

안개 속에서 걷는 13km 힐링 코스

by telltrip
okjeongho-lake-mulangae-gil-trekking-1.webp 옥정호 / 사진=임실관광

새벽 공기를 가르며 걷는 길 위에, 호수가 품었던 밤의 숨결이 하얀 안개로 피어오른다. 세상의 소음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발자국 소리와 물결만이 동행이 되는 순간. 전북 임실 옥정호에 자리한 물안개길은 단순한 트레킹을 넘어, 걷는 이로 하여금 깊은 명상에 잠기게 만드는 특별한 여정이다.


특히 가을과 겨울, 찬 공기와 호수의 온기가 빚어내는 안개는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해가 떠오르면 안개 사이로 붕어섬의 실루엣이 서서히 드러나고, 빛줄기가 물안개를 뚫고 쏟아지는 장면은 현실과 꿈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이 경이로운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선 조금 부지런을 떨어 새벽에 길을 나설 필요가 있다.



okjeongho-lake-mulangae-gil-trekking-5.webp 옥정호 붕어섬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찬영


옥정호 물안개길은 총 13km에 달하며, 보통 4시간 이상 소요된다. 코스 자체는 포장도로가 많아 험하지 않지만 긴 거리가 체력적인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등산화보다는 가벼운 운동화나 트레킹화를 권장하며, 충분한 식수와 간단한 간식을 챙기면 좋다. 전 구간을 완주하지 않아도 특정 구간만 골라 걷거나 드라이브와 병행해도 물안개길의 매력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okjeongho-lake-mulangae-gil-trekking-2.webp 옥정호 물안개길 / 사진=임실관광


코스 중에서도 국사봉 전망대는 반드시 들러볼 만한 명소다. 옥정호와 붕어섬을 가장 아름다운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물안개길 트레킹의 백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개가 걷히며 드러나는 호수의 장대한 풍경은 카메라에 담기보다 눈과 마음에 새기는 것이 더 어울린다.


옥정호는 본래 1965년 섬진강댐 건설로 생겨난 인공호수다. 총 4억 6,600만 톤의 물을 품으며 호남평야를 적신 이 호수는, 단순한 풍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okjeongho-lake-mulangae-gil-trekking-3.webp 옥정호 물안개길 / 사진=임실관광


길 아래에는 삶의 터전을 떠난 이들의 이야기와 국가 경제 성장의 역사가 함께 잠들어 있다. 따라서 옥정호 물안개길을 걷는다는 것은 자연과 사람, 그리고 역사를 함께 읽어내는 인문학적 여행이 된다.


이 가을, 깊은 성찰과 위로가 필요한 순간이라면, 새벽안개가 드리운 옥정호 물안개길을 찾아보자. 그곳에서의 한 걸음 한 걸음은 단순한 산책이 아니라,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특별한 명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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