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내내 볼거리 가득한 생태천국
경남 거창군 남상면 황강변에 자리한 거창창포원은 축구장 66개에 해당하는 42만㎡의 대지 위에 펼쳐진 국내 최대 규모의 수변생태정원이다.
겉보기에는 화려한 꽃과 울창한 숲이 어우러진 평화로운 정원이지만, 그 땅의 과거는 다소 특별하다. 1988년 합천댐 건설로 물에 잠겨야 했던 수몰 농경지를 방치하지 않고, 지역과 생태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되살린 결과물이 바로 오늘의 창포원이다.
이름의 주인공인 창포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난 식물이다. 공원 전역에 심어진 창포는 황강의 수질을 지키는 천연 필터 역할을 하고, 방문객들은 그 속에서 자연의 건강한 순환을 체감할 수 있다. 단순한 조경을 넘어 ‘생태 복원’이라는 철학이 깃든 공간인 셈이다.
창포원의 매력은 계절마다 다른 옷을 갈아입는 데 있다. 봄에는 100만 본이 넘는 꽃창포가 보랏빛 물결을 이루고, 여름에는 수련과 수국, 연꽃이 수변을 물들인다.
8월 말부터 9월 초에는 맥문동 군락이 보랏빛 융단 같은 장관을 펼치며, 가을엔 국화와 단풍, 겨울에는 억새와 갈대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사계절 내내 특별한 풍경이 이어지니 어느 시기에 찾아도 새로운 감흥을 준다.
온실로 조성된 열대식물원은 창포원의 또 다른 보물이다. 아열대·지중해 식물부터 선인장까지 약 190종, 4,500여 본이 자라고 있어 한겨울에도 푸른 생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매주 수요일 휴관하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또한 1.4km·0.9km 두 코스로 구성된 ‘맨발길’은 자연의 촉감을 직접 느낄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다.
무엇보다 주차와 입장이 무료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북카페에서 여유를 즐기거나, 자전거를 대여해 황강변을 달리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단순한 정원이 아니라,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생태적 가치를 증명해낸 회복의 공간이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치유의 무대가 되어주고 있다.
이번 주말, 값비싼 여행지 대신 자연이 무료로 내어주는 풍성한 선물을 받고 싶다면 거창창포원을 찾아보자. 맨발로 흙길을 걸으며 계절의 숨결을 만나는 순간, 일상의 피로는 저절로 씻겨 내려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