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숲이 만나는 인생 드라이브 코스
자동차 광고에 나올 법한 풍경. 왼쪽에는 깎아지른 산자락이, 오른쪽에는 다도해의 보석 같은 섬들이 펼쳐진다. 전남 고흥의 거금해안도로는 바로 그 장면을 현실로 옮겨 놓은 듯한 길이다.
그러나 이곳의 진짜 매력은 단순히 ‘바다 옆 도로’라는 수식어를 넘어선다. 국내 최초의 복층 교량이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과 330만㎡에 달하는 거대한 생태숲 탐방까지, 바다·숲·하늘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총연장 2,028m의 거금대교를 건너며 시작된다. 상층부는 자동차, 하층부는 자전거와 보행자만을 위한 전용도로로 설계된 국내 최초의 복층 교량이다.
특히 하층부는 라이더들에게 “죽기 전에 꼭 달려야 할 길”로 꼽힌다. 차량의 방해 없이, 바다 위에 길게 놓인 다리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순간은 해방감 그 자체다.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다도해 위로 뻗은 다리의 풍경은 달리는 동안 끝없는 파노라마가 되어 눈앞에 펼쳐진다.
다리를 건너 섬 안으로 들어서면 거금생태숲이 기다린다. 무려 330만㎡(100만 평)에 달하는 압도적인 규모 속에 숲길, 야생화 군락, 그리고 아찔한 구름다리까지 갖춘 생태 휴양림이다.
매주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무료로 개방된다. 구름다리에 오르면 발아래 다도해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드라이브와는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숲의 싱그러움과 바다의 장쾌함을 동시에 품은 이곳은 여행의 숨 고르기에 최적의 공간이다.
고흥 거금해안도로를 제대로 즐기려면 녹동항에서 출발하는 60km 드라이브 코스를 추천한다. 녹동항에서 시작해 소록대교를 건너 소록도의 풍경을 스쳐 지나고, 곧이어 장엄한 거금대교를 만난다.
이후 익금해변과 금장해변을 따라 섬을 크게 한 바퀴 돌며 중간에 거금생태숲에 들러 트레킹을 즐기면 완벽하다. 드라이브와 라이딩, 산책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올인원 코스’라 할 만하다.
길 위에서 시원한 풍경을 실컷 만끽했다면, 마지막은 녹동항의 남도 밥상으로 채우는 것이 정석이다. 숯불 향이 가득 밴 생선구이 백반, 스태미너를 책임질 장어 요리는 이 여정을 완성하는 최고의 선택이 된다.
바다와 숲, 그리고 맛까지 삼박자를 고루 갖춘 길. 국토교통부가 선정한 ‘남해안 해안경관도로 15선’의 명성에 걸맞게, 고흥 거금해안도로는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선다. 이번 주말, 눈과 몸과 입이 모두 즐거운 인생 여행길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