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만나는 고산 절경
등산의 땀방울 없이도 차를 타고 오를 수 있는 하늘길이 있다. 해발 1,200m가 넘는 고지에서 맞이하는 끝없는 파노라마, 구름 위를 달리는 듯한 벅찬 감동을 준다.
강원도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는 그 특별한 순간을 누구에게나 열어주는 고산 정원이다. 하지만 옛 명성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방문 전 꼭 알아둬야 할 중요한 변화도 있다.
육백마지기라는 이름은 과거 볍씨 600말을 뿌릴 수 있을 만큼 넓은 땅에서 유래했다. 한때는 배추가 끝없이 자라던 고랭지 채소밭이었다.
지금은 풍력발전기가 도는 초원과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꽃밭으로 변모했다. 과거의 삶의 터전이 이제는 전국에서 사랑받는 관광 명소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미탄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약 30분간 이어지는 산길 드라이브는 육백마지기로 향하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과거에는 비포장길이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포장돼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다만 길이 좁고 굽이 많아 안전운전이 필수다. 정상에 다다르면 거대한 풍력발전기 아래로 끝없이 펼쳐진 능선과 평원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6~7월 샤스타데이지 군락으로 이름을 알린 육백마지기는 가을에도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초록빛 평원은 차분한 가을빛으로 물들고, 건조하고 맑은 공기 속에서 멀리 겹겹이 이어진 산세가 선명히 드러난다.
화려한 꽃 대신 광활한 하늘과 고요한 풍경이 주는 울림은, 가을만의 깊은 매력을 선사한다.
한때 ‘차박의 성지’라 불렸던 이곳은 현재 차량 숙박, 취사, 야영이 전면 금지됐다. 자연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며,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와야 한다.
정상 부근 풍력발전기 옆 주차장과 화장실은 이용할 수 있으니, 잠시 머물며 바람과 풍경을 마음에 담는 것으로 충분하다. 지금의 육백마지기는 편리함 대신 순수한 자연을 지켜내는 공간. 그래서 더욱 오래도록 기억될, 진짜 가을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