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 끝에 만나는 북카페와 전망대
서울 시민들의 일상 속 오랜 벗, 양재천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으로 발걸음을 붙잡아왔다. 하지만 최근 이 익숙한 산책길에 새로운 이유가 더해졌다.
걷는 길 중간에 이제는 일부러 멈춰 서고 싶은 공간이 생긴 것이다. 2025년 9월 22일 문을 연 ‘양재천 수변문화쉼터’는 이름처럼 누구나 가볍게 들락날락하며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아늑한 문화 거점이다.
강남구 개포동에 자리한 목재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거대한 통유리창이 눈을 사로잡는다. 산책길과 물길, 계절이 담긴 풍경이 마치 살아있는 그림처럼 실내를 채운다.
1층은 북카페로, 커피 향 속에서 책장을 넘기며 바로 앞 산책로를 바라보는 여유를 누릴 수 있다. 작은 전시가 늘 열려 있고, 토요일 저녁이면 라이브 공연장으로 변신해 음악까지 더한다.
아래층은 좀 더 아늑한 쉼터이자 갤러리로, 사진전과 테마 전시가 산책의 깊이를 더한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매력은 옥상 전망대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면 발아래로는 양재천 산책로가, 시선을 들어 올리면 우면산과 대모산의 푸른 능선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발걸음으로 지나온 길을 눈으로 다시 복기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린다.
서울형 수변감성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이 쉼터는 홍제천의 ‘카페폭포’처럼, 단순한 산책길을 문화적 체험의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산책의 시작도 끝도 아닌, 가장 아름다운 중간 지점에 자리한 문화적 경유지로서 양재천 전체의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별도 주차 공간이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좋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언제든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다.
이제 양재천을 걷는다는 것은 목표 지점을 향해 서두르는 일이 아니라, 천천히 걸음을 늦추고 커피 한 잔과 함께 풍경을 음미하는 일이다. 평범했던 산책이 문화와 여유가 만나는 풍요로운 시간이 되는 변화, 그 중심에 바로 수변문화쉼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