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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을 기다린 은빛 물결" 가을에 걸어봐야 할 정원

태안 청산수목원SNS 너머의 진짜 가을 명소

by telltrip
cheongsan-arboretum-taean-pampas-pink-muhly-3.webp 태안 핑크뮬리 명소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가을의 문턱에서 SNS를 은빛과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풍경의 중심에는 충남 태안의 청산수목원이 있다. 사진 속 찰나의 장면만 본다면 단순한 ‘사진 맛집’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사실 이곳은 30여 년간 한 사람이 묵묵히 쌓아 올린 예술적 철학이 깃든 살아있는 갤러리다.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기다림과 정성으로 빚어진 이야기와 자연의 숨결이 겹겹이 쌓인 공간이다.



cheongsan-arboretum-taean-pampas-pink-muhly-2.webp 청산수목원 팜파스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지호


청산수목원의 가을은 팜파스 군락에서 시작된다.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절정을 이루는 팜파스는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서양 억새로,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거대한 은빛 파도를 만든다.


이 장관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것이 아니다. 2010년 첫 식재 이후 6년을 기다려 2016년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10년이 흐른 지금 국내 최대 규모의 팜파스 정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뒤이어 9월 말부터는 핑크뮬리가 몽환적인 분홍빛으로 정원을 물들이며 가을의 절정을 완성한다.



cheongsan-arboretum-taean-pampas-pink-muhly-1.webp 청산수목원 핑크뮬리 / 사진=태안 공식블로그


이곳이 다른 가을 명소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예술과의 조화’다. 대표적인 모네의 정원은 수련이 가득한 연못과 아치형 다리를 통해 프랑스 지베르니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고흐의 정원, 밀레의 만종을 테마로 한 풍경 등 인상파 화가들의 시선이 깃든 정원을 거닐다 보면, 수목원 전체가 거대한 야외 미술관처럼 다가온다. 단순히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영감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다.



cheongsan-arboretum-taean-pampas-pink-muhly-4.webp 청산수목원 가을 핑크뮬리 / 사진=ⓒ한국관광공사 천준교


이 모든 것은 1990년 연꽃에 매료된 설립자의 꿈에서 출발했다. 200여 종의 연꽃과 수련이 자라는 수생정원, 600여 종의 나무로 이뤄진 숲은 30년 넘게 쌓아온 시간의 깊이를 증명한다.


팜파스와 핑크뮬리에 가려진 고요한 수생정원은 청산수목원이 단순한 유행형 포토존이 아닌, 철학 있는 정원임을 보여준다.



cheongsan-arboretum-taean-pampas-pink-muhly-5.webp 태안 청산수목원 팜파스 / 사진=청산수목원 홈페이지


운영 시간은 하절기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 동절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폐장 1시간 전 입장이 마감된다. 입장료는 축제 시기마다 달라 9~11월 팜파스 축제 기간에는 성인 기준 13,000원이다.


주차는 무료며, 반려동물 동반 입장도 가능하다. 수많은 풍경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도 청산수목원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진을 찍는 순간을 넘어, 은빛 파도와 화가의 영감이 깃든 고요함을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이야말로 이곳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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