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풍 위에 안개가 내려앉았다" 수묵화 같은 새벽 절경

단풍과 안개가 겹쳐 만든 가을 수묵화

by telltrip
inje-secret-garden-photography-military-road-5.webp 비밀의 정원 가을 풍경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강원도 인제의 ‘비밀의 정원’은 이름처럼 한동안 지도에도 없는 길이었다. 짙은 안개가 숲을 감싸고, 겹겹의 산맥이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이곳은 사진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며 성지가 된 장소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 뒤에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가 발 딛는 곳은 정식 관광지가 아닌 군사작전 도로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군의 통제 아래 운용되는 ‘현역 공간’이라는 점이다.



inje-secret-garden-photography-military-road-3.webp 비밀의 정원 여행객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비밀의 정원이라는 이름은 과거 민간인 출입이 엄격히 금지되던 시절 붙여졌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채 수십 년이 흐르면서, 길은 자연스럽게 원시림과 안개가 어우러진 풍경을 품게 되었다.


높은 고도와 분지 지형은 운해를 만들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고, 이 장면이 사진가들의 눈에 포착되며 전국적인 명소로 알려지게 되었다.



inje-secret-garden-photography-military-road-4.webp 인제 비밀의 정원 가을 / 사진=인제 공식블로그


사계절 내내 매력이 있지만, 가장 빛나는 계절은 단연 가을이다. 10월 중순이면 단풍이 절정을 이루고, 새벽마다 안개가 계곡을 메우며 산 전체를 수묵화로 물들인다. 최고의 순간을 담기 위해서는 동틀 무렵에 도착해야 한다.


하지만 넓은 전망대나 주차장이 있는 명소와 달리, 이곳은 오직 좁은 갓길에서 잠시 머무를 수 있을 뿐이다. 해가 뜨기도 전에 삼각대가 빽빽이 늘어서는 장관은 풍경만큼이나 특별하다.



inje-secret-garden-photography-military-road-2.webp 인제 비밀의 정원 / 사진=ⓒ한국관광공사 홍정표


이곳을 찾는다면 아름다움보다 먼저 존중과 안전을 생각해야 한다. 군 장병의 지시는 곧 법과 같으며, 자리 이동이나 철수 요청이 있을 경우 반드시 즉시 따라야 한다.


장시간 체류는 금지되고, 원하는 장면을 담았다면 곧장 다른 이들을 위해 자리를 비워야 한다. 별도의 주차 공간이 없으므로 차량은 도로 가장자리에 최대한 붙여 세워야 하고, 군 작전 차량의 이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드론 촬영 역시 군사시설보호구역 규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다.



inje-secret-garden-photography-military-road-1.webp 인제 비밀의 정원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김동수


편의시설이 전혀 없는 만큼, 방문객은 가져온 모든 물품과 쓰레기를 반드시 되가져가야 한다. 이곳은 우리가 소비하는 관광지가 아니라, 잠시 스쳐 지나며 빌려 쓰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인제 비밀의 정원은 셔터를 누르는 손끝보다 그 풍경을 지키는 책임이 더 무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자연과 군의 질서를 존중할 때 비로소, 이 특별한 수묵화 같은 순간을 온전히 마주할 자격이 주어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핑크뮬리부터 갈대까지"…가을 감성 제대로 터지는 명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