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입장료 6만9천 원에도 매진"… 여긴 왜 갈까요?

사유가 머무는 가장 고요한 정원

by telltrip
sayuwon-daegu-architectural-garden-1.webp 사유원 가을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주말 성인 1인 69,000원.’ 웬만한 테마파크나 고급 레스토랑 코스 요리에 버금가는 가격표지만, 사유원의 예약창은 늘 ‘매진’이다. 할인 하나 없는 가격에도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고 팔공산 깊은 자락으로 향한다.


그 이유는 단순한 정원이나 수목원이 아닌, 세계적인 거장들이 만들어낸 대한민국 유일의 ‘사색 경험’을 판매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름부터 ‘생각하는 정원’인 사유원의 진짜 가치는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드러난다.



sayuwon-daegu-architectural-garden-3.webp 사유원 항공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사유원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곳을 설계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야 한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 알바로 시자를 비롯해 한국 대표 건축가 승효상과 최욱, 조경가 정영선, 서예가 웨이량 등 각 분야의 거장들이 힘을 모았다.


대구 군위군 부계면 치산효령로에 자리한 약 100만㎡의 드넓은 자연은 이들의 손길을 통해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알바로 시자가 설계한 ‘소요헌’은 백미라 할 만하다.



sayuwon-daegu-architectural-garden-5.webp 대구 사유원 / 사진=대구관광 블로그


하얀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숲과 어우러져 자연을 해치지 않고 풍경 속으로 스며드는 모습은, 건축이 주인공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돕는 매개체임을 보여준다. 건물 안을 걷는 순간마다 시선이 창밖의 나무와 하늘로 이끌리며, 사색은 저절로 시작된다.


이 특별한 경험은 입구에 닿기도 전에 준비된다. 방문객은 사유원으로 곧장 갈 수 없고, 약 25분 떨어진 전용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전용 셔틀버스로만 이동할 수 있다.


일상과의 물리적 단절을 강제로 경험하는 순간, 이미 사유원의 흐름 속으로 들어간 셈이다. 운영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입장 마감은 오후 3시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sayuwon-daegu-architectural-garden-4.webp 사유원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하루 입장객은 철저히 제한되며 모든 예약은 100% 사전제로만 가능하다. 덕분에 어디를 걸어도 타인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만의 고요를 누릴 수 있다.


입장료는 평일 50,000원, 주말·공휴일 69,000원.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지만, 이는 단순한 티켓이 아니라 완벽하게 설계된 사색의 시간을 사는 비용이다.


8,000년의 세월을 견딘 모과나무 군락 ‘풍설기천년’, 고요한 수면 위로 내리는 햇살을 바라보며 명정을 즐길 수 있는 ‘와사’ 등은 금액 이상의 가치를 증명한다.



sayuwon-daegu-architectural-garden-2.webp 사유원 유원 / 사진=사유원 홈페이지


한정된 인원만 누릴 수 있는 고요와 세계적 건축가의 손길, 완벽하게 보존된 자연이 결합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으로 남는다.


일상의 소음을 벗어나 진짜 나를 마주하고 싶을 때,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사유원은 그 해답이 된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단순히 정원을 거니는 시간이 아니라,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무는 깊은 사유의 여정이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단풍이 물에 비쳐요"… 무료로 걷는 고찰 가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