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없이 만나는 천년 가을의 붉은 절정
가을의 절정을 알리는 단풍 소식에 마음은 들뜨지만, 막상 길을 나서려면 입장료부터 주차비까지 따져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2025년 가을, 이 공식을 완전히 깨뜨리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한민국 최고의 단풍 명소 내장산 백양사가 입장료에 이어 주차비까지 전면 무료화를 선언하며 말 그대로 ‘비용 제로’ 단풍 여행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제는 지갑은 가볍게, 두 눈은 호사롭게, 천년 고찰의 가을 속으로 들어설 일만 남았다.
전라남도 장성군 북하면에 자리한 백양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8교구 본사로, 2023년 문화재 관람료 폐지에 이어 2025년 가을을 맞아 주차장까지 무료 개방하며 마지막 문턱마저 없앴다.
4인 가족이 방문하면 최소 2만 원 이상을 절약할 수 있는 혜택으로,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유산과 자연을 향유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곳 단풍의 하이라이트는 ‘애기단풍’이다. 아기 손바닥처럼 작고 귀여운 잎이 만들어내는 붉은빛은 유독 맑고 선명하다.
내장산 특유의 기후와 토양이 길러낸 당단풍나무의 일종으로, 그 고유한 색감 덕분에 백양사 단풍은 한국 단풍 여행의 백미로 꼽힌다.
절정 시기는 11월 초순에서 중순으로 예측되며, 특히 쌍계루와 그 앞 연못에 비친 ‘데칼코마니’ 풍경은 사진가들이 꼽는 최고의 장면이다.
다만 주말과 공휴일에는 인파가 몰리므로 비교적 한적한 평일이나 이른 아침 시간을 공략하는 것이 좋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점은 흔히 ‘내장산 단풍축제’와 백양사를 혼동하기 쉽지만, 축제가 열리는 곳은 정읍 내장산 탐방안내소 인근으로 백양사와는 차로 1시간 이상 떨어져 있다.
축제의 활기를 원한다면 정읍으로, 사찰의 고즈넉함과 단풍 본연의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싶다면 장성 백양사로 향하는 것이 현명하다.
2025년 가을, 모든 빗장을 열어젖힌 백양사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풍요로운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이한다.
비용 걱정 없이 오직 가을의 아름다움에만 몰입할 수 있는 완벽한 기회. 붉게 타오르는 애기단풍의 품에 안겨, 천년의 시간을 머금은 가을을 만끽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