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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왜 무료죠?”…185m 출렁다리의 반전 매력

강 위를 걷는 25km 생태 트레킹

by telltrip
gokseong-daehwanggang-bridge-free-trekking-5.webp 대황강 출렁다리 야경 / 사진=곡성 공식블로그


주말마다 SNS를 장식하는 화려한 출렁다리 사진들 속에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다. 입장료와 주차 전쟁, 인파 속에서 겨우 몇 분의 아찔함을 맛보는 대가가 그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시간과 비용을 온전히 자연 속에서 나를 위한 탐험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전라남도 곡성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평범한 다리의 외형 속에 거대한 자연의 문을 품은 ‘대황강 출렁다리’가 있다.



gokseong-daehwanggang-bridge-free-trekking-2.webp 대황강 출렁다리 전경 / 사진=곡성 문화관광


대황강 출렁다리는 곡성군 죽곡면 대황강로 802에 자리하고 있다. 2016년 11월 개통 당시 ‘국내 하천 위 가장 긴 보행 현수교(185m)’라는 기록을 세운 이 다리는, 산과 협곡을 잇는 다른 출렁다리들과는 다르다.


넓은 강 위를 수평으로 걷는 경험은 시야를 막는 것 없이 탁 트인 개방감과 평온함을 선사한다. 곡성군은 이곳을 화려한 관광 명소로 꾸미기보다, 대황강의 청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관문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철학 덕분에 이 다리는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365일, 24시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열린 다리’가 되었다.



gokseong-daehwanggang-bridge-free-trekking-3.webp 곡성 대황강 출렁다리 / 사진=곡성 문화관광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다리가 아니다. 다리를 건넌 뒤 이어지는 압록유원지에서 주암댐까지 약 25km의 생태 트레킹 코스가 진정한 백미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이 길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탐험의 여정과 같다. 인공적인 스릴을 잠시 경험하기 위해 수천 원을 지불하는 대신, 이곳에서는 그 비용으로 하루 종일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gokseong-daehwanggang-bridge-free-trekking-4.webp 대황강 출렁다리 코스모스 / 사진=곡성 문화관광


대황강의 매력은 단지 경관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환경부 조사에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1.2mg/L 이하의 ‘매우 좋음(Ia)’ 등급을 받은 깨끗한 강이다. 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은어 등 1급수 지표종이 서식하는 생명의 터전임을 의미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맑은 물빛은 그 자체로 자연의 건강함을 증명한다. 긴 여정이 부담스럽다면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지역의 특산물인 죽곡토란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나며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다.



gokseong-daehwanggang-bridge-free-trekking-1.webp 대황강 출렁다리 가을 / 사진=곡성 문화관광


결국 대황강 출렁다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발견의 여행’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북적이는 인파와 상업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연의 깊이를 두 발로 직접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곳은 최적의 출발점이 된다.


단순한 방문객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진짜 탐험가로 거듭날 것인가. 대황강 출렁다리는 그 질문에 담담하지만 강렬한 대답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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