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위를 걷는 25km 생태 트레킹
주말마다 SNS를 장식하는 화려한 출렁다리 사진들 속에는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다. 입장료와 주차 전쟁, 인파 속에서 겨우 몇 분의 아찔함을 맛보는 대가가 그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시간과 비용을 온전히 자연 속에서 나를 위한 탐험으로 바꿀 수 있다면 어떨까. 전라남도 곡성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처럼, 평범한 다리의 외형 속에 거대한 자연의 문을 품은 ‘대황강 출렁다리’가 있다.
대황강 출렁다리는 곡성군 죽곡면 대황강로 802에 자리하고 있다. 2016년 11월 개통 당시 ‘국내 하천 위 가장 긴 보행 현수교(185m)’라는 기록을 세운 이 다리는, 산과 협곡을 잇는 다른 출렁다리들과는 다르다.
넓은 강 위를 수평으로 걷는 경험은 시야를 막는 것 없이 탁 트인 개방감과 평온함을 선사한다. 곡성군은 이곳을 화려한 관광 명소로 꾸미기보다, 대황강의 청정한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관문으로 만들고자 했다.
그 철학 덕분에 이 다리는 입장료나 주차료 없이 365일, 24시간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진정한 ‘열린 다리’가 되었다.
하지만 이곳의 진짜 주인공은 다리가 아니다. 다리를 건넌 뒤 이어지는 압록유원지에서 주암댐까지 약 25km의 생태 트레킹 코스가 진정한 백미다.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이 길은 마치 숨겨진 보물을 찾아 나서는 탐험의 여정과 같다. 인공적인 스릴을 잠시 경험하기 위해 수천 원을 지불하는 대신, 이곳에서는 그 비용으로 하루 종일 자연과 교감하며 자신만의 속도로 걷는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대황강의 매력은 단지 경관에 그치지 않는다. 2023년 환경부 조사에서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BOD) 1.2mg/L 이하의 ‘매우 좋음(Ia)’ 등급을 받은 깨끗한 강이다. 이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은어 등 1급수 지표종이 서식하는 생명의 터전임을 의미한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맑은 물빛은 그 자체로 자연의 건강함을 증명한다. 긴 여정이 부담스럽다면 중간중간 마련된 쉼터에서 지역의 특산물인 죽곡토란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만나며 잠시 숨을 고를 수도 있다.
결국 대황강 출렁다리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발견의 여행’을 제안하는 공간이다. 북적이는 인파와 상업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연의 깊이를 두 발로 직접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이곳은 최적의 출발점이 된다.
단순한 방문객으로 머물 것인가, 아니면 진짜 탐험가로 거듭날 것인가. 대황강 출렁다리는 그 질문에 담담하지만 강렬한 대답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