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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오를수록 더 붉어진다"…숨멎는 가을 단풍 여행지

소백산 만추의 색채 향연

by telltrip
danyang-guinsa-temple-autumn3.webp 단양 구인사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김보현


매년 가을이면 우리는 어김없이 최고의 단풍을 찾아 길을 나선다. 그러나 진정한 가을의 색은 고요한 숲길이 아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장엄한 건축물들 사이에서 폭발한다.


상상만으로도 낯선 이 풍경이 현실이 되는 곳, 그곳이 바로 단양 구인사다. 이곳의 가을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발아래부터 머리 위까지 불타는 단풍의 파노라마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경이로운 체험이다.


대한불교 천태종의 총본산인 구인사는 충청북도 단양군 영춘면 구인사길 73, 소백산 깊은 골짜기에 자리하고 있다.



danyang-guinsa-temple-autumn2.webp 구인사 단풍 / 사진=ⓒ한국관광공사 강윤구


1945년 작은 초암에서 시작된 이곳은 현재 50여 동의 건물들이 계곡을 따라 수직으로 솟아올라 장엄한 모습을 이룬다. 그 독특한 구조 덕분에 가을 단풍은 이곳에서 가장 입체적이고 극적으로 빛난다.


주차장에서 일주문으로 향하는 길은 노란 은행잎이 만든 황금빛 터널로 이어지고, 경내로 들어서면 붉고 주홍빛으로 물든 단풍이 건물의 창문마다 한 폭의 그림처럼 걸려 있다.



danyang-guinsa-temple-autumn1.webp 구인사 / 사진=단양시 공식 블로그


단풍 여행은 구인사에 도착한 순간부터 시작된다. 입구 주차장에 차를 대면 무료 셔틀버스가 사천왕문까지 운행되지만, 차창 밖으로 스치는 단풍의 향연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셔틀에서 내려 본격적인 순례를 시작하면 오르는 모든 길이 단풍 전망대로 변한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시야는 높아지고, 발아래 펼쳐지는 단풍은 점차 붉은 바다처럼 넘실댄다.


고개를 들면 처마 끝에 걸린 새빨간 잎이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고, 뒤를 돌아보면 거대한 건물들이 단풍 숲 속에 잠긴 듯 비현실적인 풍경을 만든다.



danyang-guinsa-temple-autumn4.webp 구인사 단풍 모습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김보현


이 계절의 구인사에서는 따뜻한 나눔의 시간도 이어진다.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 사이, 향적당에서는 모든 방문객에게 무료 점심 공양이 제공된다.


붉게 물든 산세를 바라보며 맛보는 한 끼는 단풍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오층대법당의 웅장한 위용도 이 계절만큼은 화려한 단풍의 병풍 앞에서 한층 겸허하게 빛난다.



danyang-guinsa-temple-autumn5.webp 구인사 단풍나무 / 사진=충청북도 공식 블로그


대조사전에 이르러 지나온 길을 내려다보는 순간, 방문객은 자신이 거대한 단풍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임을 깨닫는다.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오직 소백산 능선과 그 위를 덮은 불타는 가을빛뿐이다.


아래에서 볼 때 건축이 단풍을 품었다면, 정상에서는 자연이 건축을 감싸 안는다. 단양 구인사는 단순히 단풍을 보는 곳이 아니다.


그 속을 걷고, 숨 쉬고, 온몸으로 가을의 색채를 느끼는 여행이 완성되는 곳이다. 잊지 못할 가을을 찾는다면, 그 해답은 소백산의 구인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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