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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Jul 12. 2020

가시에 관한 소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며

사람들은 가시를 가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과의 말다툼과 오해, 화가 치미는 상황이나 갖가지 고통스러운 경험들로부터 수없이 찔리면서 자라나는 가시를 품고 산다. 몸에 박힌 가시는 눈에 보이기 때문에 쉽게 뽑을 수 있지만, 마음에 박힌 가시는 보이지 않아 겉은 태연해도 고통과 괴로움을 준다.


가시는 우리 삶에 걸어오는 태클과 같다. 평범한 일상에서 누군가로부터 당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걸기도 한다. 이런 행위는 낯선 사람에게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마주하는 사람일 경우가 더 많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나만 비껴가면 그뿐이지만, 낯익은 사람이기에 더 어렵게 한다.




얼마 전, 며느리 친구들에게서 생긴 이야기다. 한 친구가 부동산 투자사업을 하는 지인으로부터 금액에 상관없이 돈을 투자하면 높은 이자를 챙겨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친구는 가진 돈을 투자하여 몇 달간 높은 이자로 재미를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고, 투자할 여유가 있으면 각자 알아서 생각해보라는 말과 함께 계좌와 연락처를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은 후 귀가 솔깃해진 친구 몇몇이 남편 모르게 숨겨둔 돈을 투자하여 처음 몇 달간은 이자를 받아 백화점 쇼핑 등으로 신나게 소비하였다. 그러나 끝내 사업자가 목돈을 챙겨 도주해 버린 사건이 발생하여 친구 간의 우정도 깨지고 가정불화 및 고소까지 당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투자를 소개한 친구도 나쁜 마음으로 한 게 아니고, 지인이고 은행보다 높은 이자를 직접 받았으니 믿었던 모양이다. 다른 친구들에게 생활에 보탬이 되라고 정보를 공유한 게 결국은 친구들을 가시로 찌르고 본인도 가시에 찔린 결과를 초래한 것에 후회하며 미안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6년이 훌쩍 넘었지만, 침몰의 원인과 제대로 구조하지 않은 이유, CCTV 영상자료 은폐 및 조작 의혹 등과 책임자 처벌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검찰에서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발족되어 수사가 시작되었다고 하니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하루라도 빨리 참사의 진상이 밝혀져 희생자 가족들의 목에 걸린 가시처럼 남아있는 세월호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이 있는 모든 사람 및 구조상황에 대한 진실을 샅샅이 밝혀내어 응분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가적 사건에 책임 있는 자들이 여전히 사회를 장악하는 세상에서는 생존자와 유가족들이 살아가기 힘들다. 그들의 가슴에 쌓인 분노와 고통의 가시를 제거하는 것이 치유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사기> 자객열전에 ‘골경 지신骨鯁之臣’이라는 말이 있다.

 ‘목구멍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듣기에 괴로운 직언을 하는 강직한 신하’를 비유하는 말이다. 직언은 듣는 사람과 뜻이 맞으면 칭찬을 받지만 맞지 않으면 개념이 없는 자’라며 꾸중을 듣기 십상이다. 요즘 세태에서 진정한 골경 지신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대다수 사람들은 잘못 찍힐까 봐 나서야 할 자리에 나서지 않는다. 뒤로 숨어 몸을 사리거나 머뭇거리며, 윗사람의 눈치나 살피고 추임새나 넣는 행위가 태반이다.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부조리와 모순을 깨뜨리고 직언할 수많은 골경 지신이 나서야 할 때이지만 그들은 왜 침묵하고 있는가?




우리의 삶에서 만날 수 있는 수많은 미움과 분노 등으로 돋아난 가시가 더 커지기 전에 뽑아내는 일이야말로 또 다른 가시의 진정한 용기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의 목에 걸린 가시 같은 사람이기보다는 그 가시를 빼내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할 일을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해지는 만족감이라는 선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주어진 고통으로 생긴 날카로운 가시가 뽑힌 자리에서 화해와 치유의 꽃이 활짝 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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