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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Jul 09. 2020

가면, 그 역설의 미학

진정한 내 마음과 마주하는 법





나는 종종 로또복권을 산다.

간밤에 좋은 꿈을 꾸어서 살 때도 있고, 왠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어서 살 경우도 있는가 하면, 때로는 혹시나 하는 요행을 바라서 사기도 한다.

복권은 일주일 내내 즐거운 상상을 전해주며 행복한 꿈을 선사한다. 복권을 살 때는 그냥 사는 것이 아니다. 당첨되면 전부 다 좋은 일에 쓰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하고 사는데 그 쓸 곳을 생각만 해도 즐겁다.



어느 날, 벼락 맞기보다 훨씬 어렵다던 복권에 당첨되었다. 자그마치 십이억씩이나 되는 당첨금을 농협은행 본점에 가서 전액 수표로 받아 챙겼다. 안주머니에 넣고 나오는데 실감이 나질 않아서 주머니를 만져 봤다. 승용차를 몰면서도 또 만져 봤는데 분명히 손에 잡힌다.


‘이 돈을 어디부터 쓰지?’

평소 생각한 대로 우선 노인복지시설이나 양로원부터 기부해야지. 그리고 고아원 등 불우아동시설에도 가고, 형편이 어려운 가족에게도 기분 좋게 얼마씩 나누어 주어야지.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엉뚱한 욕심이 살아난다.

지금 타고 있는 승용차를 버리고 멋진 외제 자동차를 뽑아야지. 지금보다 넓고 전망 좋은 아파트로 옮겨가자. 직장엔 사직서를 내고 유럽 해외여행을 떠날까. 숱한 갈등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한다.


한껏 부푼 마음으로 차를 운전하는데 앞서가던 차가 갑자기 멈춰 섰다, 나는 여지없이 앞차를 들이박고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진다. 차 안에서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다 눈을 떴다. 잠에서 들꺤 모습으로 일어나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지난 주말, 부산 출장 갔다가 지하철역 입구에서 복권 한 장을 자동으로 샀지만, 다섯 게임의 숫자 중 당첨번호와 맞는 숫자가 하나도 없어 쓴웃음을 지은 기억이 난다.


내가 복권에 당첨되었다면 분명히 꿈에서와 같이, 내 욕심 채우는 일에만 돈을 썼으리라 생각이 든다. 자동차 바꾸기, 아파트 옮겨가기, 해외여행 등.

누구나 한 번쯤, 인생을 역전시킬 수 있는 복권당첨을 꿈꾼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현실에서 생각지 못한 돈벼락을 맞는다면 어떻게 될까.


불행하게도 이 같은 횡재는 행복보다는 불행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복권 당첨자 중 60% 이상이 불행해졌다는 조사가 있다. 로또복권으로 ‘대박’이 터져도, 인생은 ‘쪽박’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이야기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바로 복권에 당첨된 순간, 속마음을 감추고 있던 모든 가면을 벗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복권에 당첨되기 전 품었던 가면 속의 마음은 모두 다 위선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진정한 양심의 소리였을까?




사실 인간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집이나 회사에서, 또는 친구들 사이에서의 나의 모습은 많이 다르다. 때로는 가식적으로 웃기도 하고, 과장되게 행동하기도 하고, 마음에 없는 말을 하기도 한다. 모두 한 사람이 해내는 역할이지만 다른 가면을 쓰고 행동하게 된다.


살다 보면 너무 많은 가면이 우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가면이 가진 진정한 목적은 원만한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데 있다.

우리가 긍정의 가면을 쓰고 자기 아닌 또 다른 자기가 되어 주어진 상황을 잘 활용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 한다면, 이 또한 가면이 주는 역설의 미학 아닐까.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자. 내가 마주한 거울 속의 내 표정이 행복한지 아닌지는 확인해 보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가면을 잠시 벗고 진정한 내 얼굴과 표정을 바라보자. 그래야 진정한 내 마음과 마주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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