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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Jun 25. 2021

나를 위한 공간의 미학

공간은 내 삶의 숨결이다.



      

  


집콕 시대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음식도 생필품도 배달이나 온라인 쇼핑 등으로 비대면 거래를 이용한다. 이렇게 집에 칩거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답답한 일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스트레스다. 이제 집은 주거의 개념을 떠나 재택근무와 같은 새로운 기능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나만의 공간은 사무실이 되고 휴식의 공간이 된다.     

 

이럴 땐 나만의 힐링 공간이 필요하다. 그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을 말이다. 공간엔 와인바를 만들어도 좋고, 무언가를 작은 소품을 만드는 공방이어도 좋고, 딱히 취미가 아니더라도 잠을 자는 공간이거나, 책을 읽는다거나 글쓰기를 한다거나, 꽃을 가꾸거나 어떤 것이라도 좋다. 그게 베란다라도 좋고 자기 방이어도 좋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 모던한 스타일의 창과 책상에 앉아 초록빛 잎새가 보이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나의 이야기를 쓸 수 있는 나만의 고독한 공간에 머물고 싶다. 우아한 실내 정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화분 몇 개라도 멋지게 배치한다면 훨씬 더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이 될 것이다. 책을 좋아하면 북카페처럼 꾸며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감성과 스타일이 묻어있는 공간, 세상 어디에도 느낄 수 없는 평온과 추억이 쌓이는 공간이면 아마도 땡큐라고 할 것이다.     


공간은 나의 위로이자 여유로움이다. 요즘엔 남들보다 조금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나만을 위한 여유로움을 즐기며 스스로를 돌아보며 조금은 느린 삶 속에서 여유를 느껴보면 왠지 세상은 더 아름답게 느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집은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 아니다. 온전한 휴식과 평온을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최근 번지고 있는 미니 멀 방식의 라이프 스타일을 좋아한다. 삶의 방식이 단순해지고 심플해질수록 내가 사는 공간이 쾌적하고 세련되어 보인다. 잡동사니들로 채워진 가득 찬 어수선한 공간을 비우고 정리하여 단순한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  

    

나는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나만을 위한 공간은 3평 정도로 작지만 아담한 공간이다. 그곳에서 나는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며 세상을 여행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나는 존 스타인벡, 토니 모리슨을 만나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만난다. 그들의 책을 읽고 그들의 인생을 느끼면서 내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하고 내가 글을 쓰는 소중한 의미를 찾기도 한다.   

 


요즘엔 노트북 하나만 있으면 되는 깔끔한 책상이 조금 아쉬워 노트북 곁에 와이드스크린 모니터를 놓아두었다. 이것저것 동시에 작업하기가 조금은 편리해진 것만 같다. 긴 책상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조금은 격식을 갖춘 느낌을 전해오는 것이 나만의 글쓰기를 위한 최적의 환경이 될 듯하다. 생각해보면 나의 어린 시절엔 방 하나에 식구들이 올망졸망 모여서 잠도 자고 밥도 먹고 공부도 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다락방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싸우던 그 시절의 추억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티 없이 순수했던 그때의 아름다웠던 기억 속의 풍경을 생각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공간을 즐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늑한 감성이 엿보이는 양키캔들의 불빛을 은은하게 켜놓고 향기를 즐기며 넷플릭스에서 영화나 드라마를 본다. 가끔은 장롱 깊숙이 숨겨 둔 앨범을 꺼내 들고 어릴 때의 모습이나 여행 가서 찍은 사진을 보며 그때 그곳의 추억을 한 편의 동화처럼 일깨워 본다.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눈을 감고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하며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틈틈이 재롱둥이 강아지와 놀아주며 마음을 나누지만, 둥근 모양의 방석에 들어가 동그랗게 웅크리고 자는 모습을 보면 너무 귀엽다.                 


나만의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은 여름날 떨어지는 빗방울의 투명함처럼 나를 설레게 하고, 노을이 붉게 채색한 서쪽 하늘의 신비함처럼 한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쳐 나르게 한다. 때로는 정적이 머문 듯한 고요 속에 묻힌 체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며 지나온 삶 속에서 이야기를 꺼내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가만히 앉아 혼자만의 시간으로 자신과 만나고,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행복한 공간의 숨결을 느끼면서 내 안에 숨어있는 보석 같은 글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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