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경제의 변화와 흐름을 읽다
‘코로나 19’ 이후 나는 부쩍 동네 편의점을 많이 이용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사람과의 접촉 최소화’ 등 비대면 언택트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멀리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 대신 집 주변 곳곳에 있는 편의점을 찾게 된다. 편의점을 자주 찾는 이유는 아무래도 이용이 편리하고 옷을 차려입고 나갈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24시간 문이 열려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편의점은 20평 남짓한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수백 종의 상품이 눈높이에 맞추어 가지런히 잘 정돈되어 있어 상품을 찾기도 쉽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말이라 조금 늦게 일어나 생수와 간식 등을 사기 위해 아파트 곁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습관적으로 매장을 한 바퀴 돌면서 먼저 찾는 상품의 위치를 확인한 후 이곳저곳 살펴보며 눈요기를 한다. 내가 자주 찾는 음료 진열장은 어디서나 편의점 맨 안쪽에 자리 잡고 있어 다른 물건들이 놓인 좁은 진열대 사이를 통과해서 가야 한다.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음료 종류가 차지할 것으로 생각되나 음료 진열대가 구석진 곳에 있어 사실 좀 불편하다. 진열대가 매장 입구에 있으면 찾기도 쉽고 동선도 짧아 이용이 더 편리할 텐데 무슨 이유로 매장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을까? 하는 의문 아닌 의문이 생겼다.
필요한 생수와 맥주, 간식 몇 종류를 플라스틱 소쿠리에 담아 계산대로 가져갔다. 휴일이지만 매장이 한산한 것 같아 그동안 궁금했던 의문에 대해 한번 물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계산대 위에 상품을 올려놓으면서 점장에게 물어봤다.
“ 점장님!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음료 진열장을 매장 안쪽에 설치해 놓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상품 계산을 다 마친 점장은 나의 이외의 질문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숨겨왔던 그들만의 비법이라는 것을 털어놓았다.
“ 고객님! 저희 매장에 진열된 모든 상품이 그 자리에 놓여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료 진열대를 가장 안쪽에 설치한 이유는, 안쪽에 있어야 음료를 사러 온 고객이 그곳까지 가는 동안 진열된 다른 상품을 보면서 내친김에 함께 구매할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편의점에서는 '쉽게 3원칙'에 따라 상품의 용도별, 종류별 분류와 함께 고객의 키높이에 맞춘 진열 높낮이 조절 등을 통해 '보기 쉽게' '고르기 쉽게' '사기 쉽게' 진열하여 고객 편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소 무심코 보아 온 20평 남짓한 편의점에서 상품 진열에 이렇듯 치밀한 소비자의 구매 심리를 반영한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언뜻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사자성어가 떠올랐다. 사람이 물건이나 사물을 보면 그것을 갖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듯이, 좋은 것이나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갖고 싶은 것 또한 인지상정이라는 '견물생심'의 심리학을 편의점에서 십분 활용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갖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갖고 싶은
매일같이 느끼는 일이지만 오늘도 편의점에는 음료와 유제품, 라면과 과자, 아이스크림 등에는 '유독 플러스(+) 원' 행사를 하고 있다. 매장에 갈 때마다‘1+1’이나 ‘2+1’과 같은 안내가 붙은 상품들을 만나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라 대수롭지도 않게 여긴다. ‘플러스 원’ 행사는 물건 하나 혹은 두 개를 사면 하나를 더 주는 편의점의 특별한 유통 전략으로 보이지만, 결국은 소비자에게 상품 홍보와 판매량을 높이기 위한 마케팅일 것이다.
나 자신도 편의점의 플러스(+) 원 행사를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특별히 선호하는 물건이 아니면 '1+1'이나 '2+1'이라고 스티커를 붙여놓은 물건을 먼저 고른다. 물론 2개가 필요해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1개의 가격으로 2개를 살 수 있다는 개당 가격의 만족감에 이끌려 구매하게 된다. 플러스(+) 원 행사는 상품의 인센티브 효과를 극대화시켜 상품의 질이 비슷하다면, 질보다는 가격에 더 매력을 느끼는 소비자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든 편의점의 판매전략이지만, 구매 상품에 대해 느끼는 만족도는 사람마다 어느 쪽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각기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일반적으로 편의점이 일반 마트보다는 기본적으로 비싸다는 것은 사실이다. 플러스(+) 원 행사를 날마다 운영하는 것은, 아마도 고객이 가격에 대해 느끼는 기본적인 생각을 조금이라도 불식시키며 편의점에서도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고객은 값싸게 많은 양을 사서 좋고, 편의점은 상품 가치가 유지되는 기간 내에 보유한 재고를 처분하여 상품 회전율을 높이고, 최신 트렌드를 보다 빠르게 반영함으로써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경제학의 원리를 활용한 한 가지 사례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이혼 및 결혼 연기,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고령화 등 제반 사회적 문제와 시대적 트렌드를 업고 1인 가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우리의 생활패턴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주목할 것은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소비문화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민감한 편의점에서는 싱글족들이 먹기 편하도록 소량 제품을 다양하게 공급받아 전열 하고 있다. 특히 삼각김밥, 간편 도시락 등의 일일 배송 식품을 판매하면서 직장인과 학생들의 식생활에 구원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나는 평소 편의점을 이용하면서 상품진열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상품의 자리 변동이나 진열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서도 어떤 상품의 매출이 더 많이 상승되었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금방 알 수 있다. 누구나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이러한 상품 트렌드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한 번에 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경제의 흐름을 읽는 안목까지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믿는다.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내리더니, 한결 시원함이 일상에 생기를 돋운다. 바람과 함께 가을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다. 코로나 19가 가져다준 힘들고 어려운 긴 시간이 지금도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변의 상황이나 누구를 탓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은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나만의 사랑을 찾아 나서보자. '사랑은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보는 것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조용히 음미하며, 우리 모두 마음의 눈을 뜨고 나에게 찾아온 사랑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놓지 않는다면 이번 가을은 더 이상 외롭지 않을 것이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코로나 19'도 하루빨리 진정 국면을 맞아, 국내외의 상황이 안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람만이 날마다 솟구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