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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Sep 19. 2020

우리는 왜 징크스에 집착하는가

징크스, 우연히 만난 의도하지 않은 두려움



사람이 살다 보면 계획했던 일이 생각지도 않은 일과 맞물려 막힐 때가 있다. 때때로 우연이 아니라도 불운의 덫에라도 걸린 양 꼼짝없이 당하는 경우도 있으며, 전혀 의도한 적이 없는 일이 불길한 징조처럼 나타나 영향을 끼칠 때가 있다. 이렇듯 어쩌다 나쁜 일이 특정한 상황과 맞물려 서너 번 안 좋은 일이 생겼을 뿐인데도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우리는 ‘재수 없다, 불길하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악운이다’라고 여기면서 무슨 징크스 아니냐며 두려워한다.     


징크스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사용하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 새를 지칭하는 jugx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며, 사람의 힘이 전혀 미치지 못하는, 마치 마술과 같은 힘으로 일어나는 불길한 일이나 운명적인 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징크스는 우리의 일상 곳곳에 그림자처럼 숨어있다. 마치 글쓰기를 하다 보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힘들다’라는 생각처럼 어렵고 힘든 일과 마주할 때 징크스는 소리 없이 다가와 우리 곁에 머문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이미 많은 징크스를 알고 있다. ‘시험 보기 전에 미역국을 먹으면 시험에서 떨어진다. 어쩌다 회사에 지각하는 날은 부서장이 먼저 와 있거나 급하게 찾는다, 거울을 깨뜨리면 나쁜 일이 생긴다, 세차만 하면 어김없이 비가 온다’는 등 일상에서 우연히 몇 번에 걸쳐 일어난 일이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때 그게 머릿속에 들어와 각인되면서 징크스로 남은 일들이다.     


징크스는 승부의 세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유독 많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자신감 등의 심리적 요인이 승패에 영향을 끼치는 운동선수들에게 징크스는 피할 수 없는 자신의 그림자와 같다. 미 프로야구 선수 류현진의 양키스 전 ’ 홈런 징크스’, 미 여자 프로골퍼 박지은의 ‘1승 징크스’. 축구에서 골포스트를 맞히면 그날 경기를 진다는 ‘골포스트 징크스’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거 2년생의 성적이 기대 이하라는 통설에서 비롯된 ‘2년 차 징크스’등이 운동선수가 피하려고 하는 징크스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징크스 하나쯤 지니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드물다. 나에게도 나만이 가진 징크스가 있다. 바로 ‘떡볶이 징크스’다. 평소 집에서 가족들이 좋아해서 떡볶이를 자주 먹는 편이다. 그런데 떡볶이를 먹는 날은 유독 나만 속이 거북하고 답답하여 활명수나 소화제를 먹는 일이 많았다. 한 번은 떡볶이를 먹은 후 체해서 인진 몰라도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까지 출동한 적이 있었다. 물론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물론 가족들까지 아찔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아마도 음식을 너무 빨리 먹는 나의 식습관에서 비롯된 일로 넘겨버렸지만 조금은 창피한 사건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떡볶이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 정말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먹지 않는다. 평소에 징크스란 것에 별로 신경을 쓰는 편이 아니지만 비슷한 일이 자주 벌어지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식습관을 바꿔 의식적으로 천천히 씹어먹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내가 징크스를 깨고 나면 나의 무의식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징크스가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조금은 두렵다.    


내가 아는 모 중소기업의 부장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그냥 보기에는 모든 일에 소신껏 일하는 분이지만, 몇 번 만나 술 한잔하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이외로 징크스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생각나는 재미난 징크스 중 하나는 아침에 출근할 때 까만 양복을 입고 나오는 날에는 타고 다니는 자동차가 신호위반에 걸린다던가 과속에 단속되는 등 안 좋은 일들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평소에는 주식투자에 별 관심이 없다가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다 괜찮은 종목이다 싶어 사는 날은 항상 주가에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 발생하여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면서 요즘은 아예 주식의 ‘주’ 자도 보기 싫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우연히 몇 번에 걸쳐 그런 적이 있었는데, 그것이 머릿속에 들어와 각인되어 자기만의 징크스로 만든 것이 아니었다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징크스라는 것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징크스는 꼭 어려운 상황에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당황하기 일 수다.  더구나 그 어려운 상황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순간이 많다.     

생각해보면 징크스는 우연히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이유가 있다. 내가 가진 ‘떡볶이 징크스’도 너무 서둘러 먹는 식습관이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우리의 무의식 속에 존재하다가 어떤 체험적 환경을 거치면서 우연히 의도하지 않은 두려움으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만난 한 친구는 수년간 자기를 짓누르던 징크스에서 빠져나왔다며 이제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기 주변의 현상을 받아들인다고 했다. "징크스를 깬다"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미리 짐작으로 ‘어떠할 것이다’라는 막연한 불안함과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단념하는 자세를 떨쳐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징크스로 고민하고 있다면, 한번 자기를 뒤돌아보자. 아무 근거 없는 징크스로 스스로 만든 사슬에 묶여있는 것은 아닌지?    


심리 전문가에 따르면 '징크스는 자신이 만들어내는 환상일 뿐이며, 부정적인 결과만 지레짐작하는 사고 의식이 문제다'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징크스 극복의 문제는 개인의 마음가짐과 사고방식의 변화에 달렸다. 이제, 징크스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일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보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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