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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Nov 11. 2020

하프타임에 승부수를 던져라

인생 역전을 위한 결단




한 해가 벌써 저물어가는 십일월이다. 생각해보면 단풍잎을 쫓아 이산 저산을 찾아다니며 아름다운 자태와 풍경에 빠져 눈을 떼지 못하던 그런 날이 있었고, 산비탈 길을 빽빽이 채운 낙엽을 밟으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전해주는 정취를 즐기며 한 편의 시를 생각하던 그런 날도 있었다. 길을 가다 은행나무 가로수가 가을을 듬뿍 안은 진노란 색채를 쏟아내며 줄지어 서 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즐거운 것은 아직은 나의 삶이 진행형이기 때문 아닐까.     


틀에 박힌 일정한 시간 속에 출퇴근하며 살다가, 지금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자유로운 침묵 속에서 나를 향한 삶의 의미를 찾으며 부딪쳐온 시간이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가족을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 또 다른 무언가를 위해 아끼고 모으며 살아온 지난날들의 열정이 방향을 잃고 멈춰버린 것만 같다. 지금은 그저 오늘 하루를 즐겁게, 건강하게 사는 것밖에 또 무슨 욕심이 있을까 싶다. 그렇다고 누가 내 인생의 후반전이 이렇게 되기를 원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아마도 아닐 것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인생도 축구 경기와 같이 전반전 후반전으로 나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도대체 인생의 후반전은 언제부터일까? 아마도 사람에 따라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스스로 삶을 돌아보며 새로운 열정으로 무엇인가에 도전할 때, 그때가 바로 새로운 인생의 출발점, 후반전이 아닐까 싶다. 공자는 인생의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 말하며, 어떠한 일에도 미혹되지 않는 정점의 나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을 쓴 공자의 시대에는 평균 수명이 60세였을 때라 그런지 몰라도 지금은 이 말에 동의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공자가 말하는 불혹의 나이는 요즘 같은 시대엔 인생의 시작일 뿐이다. 지금 우리의 후반전은 빨라야 50대 후반, 아니면 정년 이후부터 시작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전반전과 후반전의 사이에 인생의 방향을 재설정하는 시기를 ‘하프타임’이라고 부른다. 축구 경기에서 승부가 전반전이 아닌 후반전에 결정 나듯이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전반전에 밀리던 팀이 하프타임 후에 새로운 팀으로 변신해 경기를 뒤집는 경우를 우리는 TV를 통해 심심치 않게 본다. 우리 인생도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 후반전의 양상과 결과가 달라진다. 하프타임은 자기가 원하는 행복한 삶으로 가느냐, 원치 않는 더 나쁜 삶으로 가느냐의 갈림길이다. 그게 무엇이든 인생의 경기는 내가 이끌어 가는 것이고 반전 또한 내가 만드는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이 공격 위주의 힘들고 어려웠던 경기였다면, 후반전은 공격과 지키기를 병행하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과감한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    




우리는 지난 2002년 월드컵 사상 최고의 이변 중 하나로 꼽히는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4강전에서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이탈리아를 후반전 막판 설기현의 동점 골과 안정환의 골든 골에 힘입어 2-1로 격침시키던 명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인생도 이와 마찬가지다. 인생의 전반전이 어떠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아직 인생역전을 노려 볼 후반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하프타임을 이용하여 인생의 전반전을 어떻게 살았는지 실수와 후회되는 일은 없는지 되짚어 보고, 한발 물러서서 겸손한 마음으로 전략을 지혜롭게 계획하여 후반전에 승부수를 던져야 할 것이다.  


2002년 월드컵 한국과 이탈리아 전 4강전. 안정환의 헤딩골 daum image


하버드대학 교수인 쇼 쉐너 주 버프는

 ‘인생의 전반부가 강요받은 것이었다면, 후반부는 선택하는 것이다’

라고 말했다. 결국 인생의 후반전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다. 이 시기를 잘 선택한 사람은 인생의 후반전에도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반대로 이 시기를 잘 못 선택한 사람은 그저 그런 인생, 한 마디로 부록 같은 인생을 산다. 사실 딱히 없어도 되는, 있으나 마나 한 인생을 살게 된다.    





인생의 후반부에 더 나아지는 내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하프타임을 통해 인생 경기 전반전에 자신을 사랑한 적이 있는가 반문해 보자.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하겠는가? 주인이 강아지를 발로 차면 지나가던 사람도 발로 차는 게 세상의 이치다. 자신에게 행복하다는 말을 들려준 적이 있는가 생각해보자. 남의 행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정작 자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겠는가. 후반전에는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먼저 행복해지자.    


또한 전반전을 돌이켜 보고 자기 삶을 반성하고, 고치지 않은 나쁜 습관이나 마음에 가시처럼 박혀있는 독선과 편견, 오만과 미움 등을 제거하자. 새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 후반전을 위해 희망을 품고 가벼운 몸놀림으로 뛰어나간다면 분명 후반전은 새로운 반전을 펼치는 의미 있는 삶이 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나는 모든 걸 다 이뤘을까? 아니다. 나는 여전히 돈이 필요하고, 부족한 배움을 채워야 하고,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삶을 위해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나의 못다 한 버킷리스트의 항목을 체크하며 작지만 소중한 꿈과의 대화를 이어나갈 것이다. 그리고 내게 남아있는 후반전이 타임 아웃되기 전에, 이런저런 이유로 망설이며 미뤄두었던 글쓰기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내 인생의 하프타임일지도 모른다는 화려한 생각과 함께 9회 말 투 아웃 만루홈런의 역전 드라마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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