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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Jul 16. 2020

관심이 있으면 보이는 것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관심은 관계의 시작이라고 한다.


아무리 하찮은 것이라도 관심을 갖는 순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그 사람이 가진 아픔이, 기쁨이, 고통이 보인다. 건강하고 행복한 관계는 서로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함께 살고 있어도 관심이 없으면 그것은 함께 있는 것이 아니다. 모든 풀이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관심이 없으면 잡초라 불리게 되듯이.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
(심 부재언 시 이불견 청 이불견 식이 부지 기미)‘


는 대학 정심장(正心章)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돋보기로 햇빛을 모으듯이 관심을 가지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해야 목표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다.


판검사들이 대우받는 것도 사람들의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에게 어떤 불행한 일이 생겨도 사람들의 관심이 없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 않는다. 세상은 보는 사람에 따라, 어떤 마음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보인다. 긍정적인 사고로 보면 행복한 일도, 부정적인 눈으로 보면 불행한 일로 보인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 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것이 보인다.


‘내려올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시인은 <그 꽃>에서 짧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 준다. 허둥지둥 빨리 올라가느라고 보이지 않았던 꽃이 여유를 갖고 내려올 때 주변을 살펴보니 지천에 행복이 널려 있음을 알게 된다. 정상만을 위해 앞만 바라보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삶의 여유와 관심 아닐까?




오래전에 영천 모 군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군수와 부군수가 함께 저녁을 먹을 일이 생겼다. 그날은 부군수의 생일이라 군수가 한턱 쏘겠다고 하여 둘만 삼겹살 구이집으로 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군수는 살짝 익힌 삼겹살을 좋아하고, 부 군수는 바싹 구운 삼겹살을 좋아했다. 지글지글한 숯불 위에서 삼겹살이 요리조리 잘 굽혀지고 있었다. 군수는 채 익지도 않은 삼겹살을 계속해서 집어 먹었다. 부 군수는 덜 익은 삼겹살을 먹을 수가 없어 젓가락으로 고기만 계속 뒤집었다. 안주가 없으니 죄 없는 소주만 마셨다. 거나하게 취한 부군수가 참다못해 버럭 화를 냈다.

“군수님, 오늘도 여전히 혼자 삼겹살 잘 먹고 있군요. 일 년을 같이 생활하였지만 덜 익은 고기를 좋아하는 군수님 식성 때문에 전 고기만 굽다가 맙니다. 군수님께 그것이 늘 불만이었는데. 내 생일 축하차 온 이 자리에서도 역시 식습관은 바뀌지 않네요.”

부 군수는 화를 참을 수 없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군수는 당황스러운 모습으로 급히 뒤따라 나왔다. 군수의 손엔 주인이 건네준 까만 보자기가 들려 있었다. 달아나듯 발을 옮기는 부 군수의 등 뒤에서 군수가 웃으면서 말했다.

“부 군수, 미안하네. 내가 또 실수했네. 당신도 식성이 나와 똑같은 줄만 알았지. 약소하나마 이것 가지고 가서 집에서 바싹 익혀 잘 먹게.”

군수가 건네준 보자기를 받아 든 부 군수는 꿈에도 생각지 않은 선물에 술이 확 깨었다.

“군수님의 깊은 뜻 헤아리지 못한 제가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다음번엔 삼겹살 먹을 때는 바싹 구워 먹어요.”




달빛이 구름을 뚫고 내려와 어깨 위에 앉는다. 사람과의 관계는 서로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따라 이해와 오해로 나누어지듯이. 결국 이런 해프닝도 서로의 내면을 잘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어쩌면 이것이 평소의 우리 모습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가족관계에서도 진지하게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보다 그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기가 좋아하니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일방적인 자기 착각이고, 폭력이다. 관심은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은 우리가 관심을 가질 때 본래의 모습을 들어내 보이며 새로운 관계가 시작된다. 그럴 때 비로소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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