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풍경에서 얻는 것
코로나 19가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상의 제한된 이동으로 위축된 생활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8호 태풍 ‘비’까지 한반도를 지나면서 이중의 피해를 안고 있는 서해안 인근 지역의 주민들이 걱정된다.
그나마 태풍의 강풍반경이 원형을 이루면서 상대적으로 오른쪽 위험반원이 크지 않아 서쪽 내륙이 강한 바람의 영역을 벗어나고 태풍의 중심과 내륙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우려와 달리 피해가 줄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다음 주 중에는 또 다른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올라온다고 하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
바람도 불고 후덥지근한 날씨 탓에 밖으로 나가기가 무척이나 싫은 오후다. 나는 작은 서재에서 창문을 열고 아파트 정원을 바라본다. 정원은 어제와 다를 바 없지만 물방울을 품은 나뭇잎 새는 한결 싱그러워 보인다. 아마도 새벽녘에 내린 비의 영향인 듯 하다. 정원 마당을 둘러싸고 있는 통로를 따라 느티나무, 소나무, 벚나무, 산수유 등의 관목이 나름대로 매무새를 자랑하며 서 있고, 마당 중앙에는 ‘진경산수(眞景山水)’로 명명한 멋진 조경 동산이 양쪽에서 솟아오르는 분수대와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계절은 벌써 처서가 지나 가을이 문턱에 와 있음을 알려주지만 더위는 아직 뻣뻣한 고개를 숙일 줄 모른다. 시간이 흐르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는 계절의 풍경에 언제나 색다른 감성을 함께 느낀다. 그리고 변해가는 그 풍경은 때때로 고단한 일상의 내게 큰 위안으로 다가온다.
어떤 어려움인지 알 수 없지만 고민에 빠져 있다는 친구가 내게 소주 한 잔 하자며 전화를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나를 믿고 찾아준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오랜만에 찾아준 친구를 위해 쾌히 응답했다. 아파트를 돌아서 나가자 최근에 오픈한 듯한 실내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포장마차에서 함께 소주를 마시며 친구의 고민이란 것을 조용히 경청했다. 이야기를 끝낸 후 친구가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친구야, 너는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니까
그것만으로도 답답했던 속이 다 시원해진다.”
고민거리를 다 털어놓은 친구는 자신을 이해하고 공감해준 나에게 소주 한잔을 권하며, "친구가 곁에 있어 정말 좋다"는 말과 함께 파이팅을 외친다. 혼자서 끙끙 잃던 고민이 다 날아가 버린 것만 같은 그의 표정을 보면서 내 마음도 함께 환하게 웃는다.
때로는 고민을 다 듣고 난 후 도리어 내가 위로받은 것 같아 부끄러울 때가 있지만 오늘은 마음이 가볍다. 우리는 학교나 직장 등을 통해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때로는 그 관계 때문에 많은 상처와 아픔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상처와 아픔 또한 결국에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받고 곁에 누군가가 있을 때 마음에 안정을 얻게 된다. 이렇듯 우리는 서로의 삶에서 다른 사람의 위로의 풍경이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의 풍경에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의 만남에서도 다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어떻게 달래줄까. 그럴 때면 먼저 나는 하늘을 향해 긴 호흡을 내 품는다. 가슴속에 남겨진 상처와 아픔을 한꺼번에 다 날려버릴 듯이. 그리고는 눈앞에 나타나는 일상의 풍경에 마음을 놓아 보낸다. 지치고 힘든 사람의 마음을 자연은 언제나 말없이 품어준다. 환한 낮에는 하늘과 햇살이 아픔을 비쳐주고, 어두운 밤엔 달빛과 별빛이 아픔을 감싸주며, 비가 내리는 날에는 빗소리가 나의 아픔을 씻겨주니까.
오늘은 글쓰기를 하면서 창문 밖의 풍경에 조금은 위로를 받았다. 외출을 하려다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인한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걱정이 앞서 마스크를 만지작거리다가 그만두었다. 클라이언트가 서류 준비가 늦어지는 바람에 내일쯤 연락한다고 하니 그때까지 기다리면서 자료 준비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날마다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날마다 똑같은 모습은 아니다.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이 힘들고 지쳐있다 해도
자연이 담긴 풍경을 작은 위안 삼아 내일은 또 내일의 삶을 멋지게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