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두 뚜두를 흉내 내며
세상을 들썩이는 ‘블랙핑크’의 무대는 끝이 없어 보인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열광이 있고 꿈이 있고,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다. 세계적인 빌보드 메인차트 ‘핫 100’을 찍고 앨범 차트 신기록에 도전하며 가요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블랙핑크는 세계적인 걸그룹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을 때는 고난과 고통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녀겠지만 그들은 울지 않았고 지금은 세상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다. 꿈을 좇아 간 소녀들은 꿈을 잡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자기들만의 꿈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도 꿈을 전하며 세상을 밝혀주고 있다. 블랙핑크는 정말 매력적인 역대급 걸 그룹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블랙핑크의 발랄하고 황홀한 춤과 노래는 사람들의 마음을 봄빛 찬란한 초원으로 내몬다. 노랫말 속에 담긴 애틋하지만 강렬한 메시지를 들으면서 삶의 생기를 충전해 본다. 노래와 춤, 목소리, 몸매까지 4박자를 갖춘 걸 그룹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귀여우면서 섹시하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니고 있으며, 차가우면서 따뜻해 보이는 매력을 지닌 블랙핑크는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그들은 엉뚱 발랄하지만 따뜻하고 예의 있고 각각의 개성을 지닌 자기들만의 캐릭터를 가진 우리의 꿈이요 희망으로 자리하고 있다.
내 곁에는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한 소녀, ‘와이’가 있다. 와이는 나의 예쁘고 깜찍한 손녀의 영문 이니셜이다. 와이는 현재 중3이다. 가장 꿈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꽃봉오리 같은 나이다.
와이는 평소 공부도 열심히 하는 모범생이지만 블랙핑크만 나오면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거운 음악 속으로 빠져든다. 수줍은 소녀의 모습도 잠시 던져놓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기만의 것을 즐기고 있는 표정이 참으로 밝고 아름답다.
나도 학창 시절에는 추억의 명곡을 좋아해서 가끔 뒷산 언덕에 올라가 숨은 가창력을 폭발하며 혼자서 흥겨움에 취하기도 했다. 회사에 다닐 때는 사내합창단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대회에도 출전하여 입상까지 한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시간이 흘러가면서 '침묵이 금'이라는 말의 의미를 실천이라도 하듯 시끄럽고 요란한 분위기를 싫어했서인지 몰라도 ‘아이돌’ 노래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아마도 노랫말도 길고 템포도 너무 빨라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랩이나 힙합, 댄스음악 등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이유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현란한 춤 속에 노래가 날아다니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다보면 내가 서있는 세상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것만 같은 혼란에 빠져들게 하니까.
조명이 내려깔린 희미한 불빛의 카페에서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들으며 위스키 한잔에 고독을 담아 마시던 그 때를 그리워하는 젊은 오빠의 옛 추억이 봄 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추억은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진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이지만 시간은 지나간 것을 하나씩 지우며 새로운 것과 마주한다. 이제 TV 영상 속에서 ‘아이돌’을 만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그들의 노래와 춤을 따라 하는 것은 엄두가 나지 않지만, 함께 살고 있는 세상 속으로 즐거움을 전해주는 그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요즘엔 가끔씩 용기를 내어 와이가 좋아하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며 이외로 잔잔한 행복감에 빠져있다. 노래와 춤이 하나가 된 듯 움직이는 블랙핑크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이제는 더 이상 아이돌의 세상에 낯선 이방인으로 남아 있고 싶지 않은 오기가 생겼다.
나의 삶 속에 지난 날의 사랑은 그리움만 남긴 체 빛을 잃고 가슴 속에 갇혀 있지만, 지금 내 곁에는 또 다른 나의 삶에 즐거움을 채워주는 와이가 있어 얼마나 행복한지. 그건 내가 살아갈 힘이며 사랑이다.
지난해 9월인가, 와이는 생각지도 않은 ‘블랙핑크 서울 콘서트‘ 공연 티켓을 예매하여 선물해 준 아빠와 함께 신바람을 날리며 콘서트를 보러 간 적이 있다. 난생처음으로 인기 연예인 콘서트를 보러 간 와이는 평소 좋아하던 ‘제니’를 바로 앞에서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설렘으로 출발 전날 밤은 뜬 눈으로 지새웠다고 했다. 블랙핑크를 좋아하는 펜들과 함께 뜨거운 열기와 함성 속에 서 있을 자신을 생각하며 기대와 자부심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고도 했다. 콘서트가 끝난 후 열차를 타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와이는 피곤함도 잊은 체 콘서트를 관람하고 담아 온 들뜬 감정을 이야기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관중들과 함께 어울려 핑크빛 응원 봉을 들고 ‘제니’를 외치며, 손뼉 치고 노래하며 환호성을 지르면서 보낸 그 시간이 너무 감명적이었다고 하며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라 했다. 그날 이후 평소보다 더 밝아진 와이의 얼굴을 보며, ‘보고 싶은 것을 보는 것 또한 행복이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와이의 책장 한 켠에는 블랙핑크의 앨범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2년 전 가을인가 교보문고에 들러 앨범을 사기 시작하더니 벌써 10장의 앨범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 후 10월이면 발매된다는 신곡 앨범 4장을 사려고 인터넷 예매 신청까지 해 놓았다고 했다. 10장의 앨범과 ‘2020 블랙핑크 Wellcoming collection’, 포스트랑 작은 사진 소품들을 책장에 정리해 놓고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 꿈을 향한 몸짓은 아니지만, 와이는 오늘도 이어폰을 꽂고 블랙핑크의 노래 ‘Stay’‘Ice Cream’‘How you like that’를 부르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아이돌’에 열광하고 춤추며 노래하는 것도 와이가 살아가는 삶의 한 부분이란 것을. 한때는 나도 유행가에 심취하여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몇 번씩이나 따라 부르며 즐거워한 적이 있었으니까. 코로나 19로 집에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혼자서 학습하는 것이 와이에게 조금은 힘든 시간일 수도 있지만, 틈나는 대로 좋아하는 가수들의 노래와 춤으로 공부에 지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것 또한 삶의 지혜일 수 있으니까.
아리스토텔레스는 ‘희망은 잠자고 있지 않는 인간의 꿈이다. 인간의 꿈이 있는 한 이 세상은 도전해 볼 만하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꿈을 잃지 말자, 꿈을 꾸자. 꿈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에게 선물로 주어진다.’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손녀 와이의 꿈이 지금은 안갯속에 숨은 작은 불빛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꿈을 향해 희망을 품고 나아간다면 멀지 않아 그 꿈을 꼭 이루게 될 것이다. 아직은 나에게는 서툴고 어색한 블랙핑크의 노래지만, 날마다 다가오는 오늘과 함께 세상이 다 안다는 뮤직비디오 ‘뚜두 뚜두’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따라하며, 와이가 꿈꾸는 삶에 박수와 응원을 보낸다.
커다란 나무도 작은 씨앗에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