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통해 표현하는 삶의 메시지
나는 매일 옷을 입을 때 나 자신에게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은가?”라고 묻고 난 후, “나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매력을 표현하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답한다. 우리가 매일 입는 옷차림은 단순히 옷차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삶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늘 같은 옷을 입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입는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 운동화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잘 알려져 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역시 일상에 입는 옷은 회색의 후드와 티셔츠가 전부다. 크리에이브 디렉트인 그레이스 코딩턴의 블랙룩, 스웨트 셔츠와 데님 팬츠만 입는 조너선 앤더슨도 매일 똑같은 패션을 고집하는 영향력 있는 패션계의 유명인사다. 물론 이들은 옷차림이 아니라도 인지도 면에서 이미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충분히 받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왜 그들이 단순 패션을 고집하는 것일까? 패션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그들은 패션의 즐거움을 배제한 체 단순한 차림새를 통해 시간을 절약하는 경영철학과 함께 시각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패션은 사회적 명성이 높아짐에 따라 하나의 상징처럼 변해 갈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로는 기업의 홍보 효과다. 그들의 특징적인 외형을 통해 빠른 기업 인식과 함께 신뢰성을 얻는다는 것이다. 터틀넥과 청바지를 보면 애플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레이 후드와 티셔츠를 보면서 페이스북을 떠올리며 기억하게 만드는 것처럼.
“옷차림은 세상을 향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다. 패션은 그 자체로 언어다.”
라고 말했다.
옷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입고 싶은 옷을 통해 개성 있는 자신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설명도 함께 부언하면서.
영화에서 만나는 슈퍼맨이나 배트맨, 원드 우먼, 스파이더맨 등 슈퍼 히어로들이 각기 다른 특이한 의상을 입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겉 보습만 보고도 그가 누구인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특별한 디자인의 의상을 입고 다니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언제 어디서나 ‘나는 나다’라는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강렬하게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SBS 방송의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여기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놀랍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독특한 구성과 내레이션으로 전달해주고 있다. 2018년 5월 3일 방송된 ‘패셔니스타 반짝이 공주’로 알려진 주인공은 자신의 독특한 의상을 통해 세상을 환히 밝히겠다는 의도로 형형색색의 독특한 의상으로 치장하고 얼굴, 머리까지 반짝이를 뿌리고 다니는 자기만의 놀라운 패션 감각으로 자신을 알림으로써 서울 인근에서 유명인사로 알려져 있으며, 2017년 4월 20일 방송에서 소개된 충남 서산의 ‘패셔니스타 할아버지’역시 형형색색 컬러풀한 정장에 빠진 할아버지의 특이한 복장을 소개하고 있다. 직업이 유치원 통근버스 기사인 할아버지는 옷은 물론 양말과 신발까지 빨강부터 파랑, 노랑, 보라색 등 형형색색 컬러풀한 복장만을 고집하며 TV를 볼 때나 슈퍼나 편의점에 갈 때도 마치 신체의 일부 인양 절대 정장을 벗지 않는다고 한다. 할아버지 또한 서산 일대의 유명인사로 통한다.
방송에 출연한 두 사람의 주인공은 상식에서 벗어난 엉뚱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주변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들은 유행이란 이름으로 획일화된 패션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자신이 찾은 스타일로 사람들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매력을 드러내는 데 성공한 이들이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자기 다운 느낌을 표현하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누구도 다가설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자신의 가치를 높임으로써 사람들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답답한 세상살이에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쾌감을 전해주는 돈키호테 같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 창조한 자기만의 의상을 통해 숨겨진 내면의 세계를 극복하고 세상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직장생활을 하면서 오랫동안 정장을 입고 다녔다. 특히 감색 재킷에 연한 베이지색 와이셔츠와 군청색에 사선이 들어간 넥타이를 즐겨 메고 다녔다. 그 당시는 지금같이 자유 복장이 직장인들에게 널리 펴져있던 때가 아니었다. 저마다 취향과 개성을 살리며 유행을 찾지만 획일화에 익숙한 탓인지는 몰라도 결국엔 천편 일류적인 차림새였다. 그 당시엔 나도 직업상 양복에 와이셔츠를 교복처럼 입고 다니던 때라 언제나 말쑥하고 단정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일상 속에서 생활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의상에도 신경을 많이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의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사회가 되다 보니 길을 걷다가도 한 번씩 눈길이 가는 스타일을 보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고 짜릿한 쾌감마저 느낀다. 나 또한 프리랜스로 활동하면서 면바지에 줄무늬 와이셔츠나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다니다 보니 몸은 정말 편안하고 생각은 자유로워졌다. 청바지도 유행이 있어 요즘은 스판덱스 청바지와 바지 길이를 짧게 줄여 입는다. 내가 입는 옷에 대해서만은 철저하게 나만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집하며 타인의 인식에 얽매이지 않게 자유스럽게 입는다. 티셔츠도 화이트 아니면 블랙을 주로 선호하다 보니 가지고 있는 대부분 옷의 색상이나 디자인이 거의 비슷하다. 내가 옷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디자인이다.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옷을 찾다 보니 좀 까다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옷을 입었을 때 맨 먼저 기분이 좋아져야 하니까 옷을 고를 때는 조금 피곤하더라도 매장 이곳저곳을 직접 다니면서 많이 보고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물론 내가 청바지에 터틀넥을 입고 다닌다고 스티브 잡스가 되는 것도, 그레이 후드와 티셔츠를 입고 다닌다고 저커버그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만족할 수 있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나의 의상을 입고 다닌다면 그것이 행복 아닐까? 괜히 눈에 띄는 자신만의 패션을 시도해보고 싶은 마음에 ‘세상의 이런 일이’의 주인공처럼 독특한 옷을 입고 다녀 보겠다는 생각은 도저히 시도조차 해 볼 자신이 없어 포기하고 내 취향에 맞는 옷을 골라 입는다. 자신을 상징하는 옷이란 특이한 의상이 아니라 평소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옷, 자기에게 가장 어울리는 개성 있는 옷을 즐겨 입으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아무에게도 얽매이지 않는 나만의 의상을 날마다 즐겨 입고 다니다 보면 점점 세련되고 매력 있는 자신만의 패션이 완성될 것이다.
가을이다. 가을이 아름다운 계절이듯 사람들도 세련되고 멋진 옷으로 갈아입는다. 우리 모두 자기 안에서 돈키호테의 가능성을 발견해 보자. 아니면 주변에서 톡톡 띄는 엉뚱한 차림새를 한 돈키호테 같은 사람이 나타나면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고 마음속으로 응원해 주자. 그리고 가을이기에 자신이 행복해진다면 멋진 스트레이트 핏의 청바지에 옅은 핑크 가디건을 걸치고 자신을 마음껏 뽐내보자. 당신의 개성과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의상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당신을 유명인사로 탈바꿈시켜 줄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