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葛藤)의 인문학적 사유(思惟)

갈등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돌이다

by 박천수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갈등(葛藤)이란, 글자 그대로 칡 갈(葛) 자에, 등나무 등(藤) 자를 써서 만든 합성어다. 갈등(葛藤)의 사전적 의미를 보면 ‘서로 까다롭게 뒤얽힘’ ‘서로 불화하여 다투거나 상반되는 것이 양보하지 않고 대립함’이라고 나와 있다. 결국 갈등은 개인 내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든, 집단이나 개인 간에 발생하는 것이든 모순과 대립 혹은 충돌이나 불일치와 연관이 있다. 쉽게 말해서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신념이나 목표, 생각 등에서 서로 다른 입장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충돌이라고 할 수 있다.


갈등(葛藤)이란 칡넝쿨과 등나무 덩굴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것과 같이, ① 서로 복잡하게 뒤엉켜 적대시하며 일으키는 분쟁 ② 상치되는 견해 따위로 생기는 알력 ③ 정신 내부에서 각기 다른 방향의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마찰을 이르는 말이며, 다시 말해 불화(不和) ·상충(相衝)·충돌(衝突)이 곧 갈등(葛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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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과 등나무로부터 파생된 갈등이라는 단어의 탄생 이유를 보면 식물의 재미나는 생존 현상을 알 수 있다. 모든 덩굴식물은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가지만 감는 방향이 저마다 다르다고 한다. 등나무나 인동덩굴은 오른쪽 감기를 하고, 칡이나 나팔꽃 등은 왼쪽 감기를 한다. 오른쪽 감기를 하는 칡은 자신이 감고 도는 나무를 햇빛 부족으로 죽게 하고, 등나무는 자신이 기어 올라간 나무를 목 졸라 죽인다고 한다. 이들이 감고 올라가는 방향이 서로 달리한 곳에서 만나면 결국 두 식물이 서로 얽히고설킨 모습으로 싸우게 되는데 이들 보고 '갈등'이란 말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우리는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TV 프로 예고편에 관심 있는 프로그램이 올라와 있으면 보고 잘까 말까 망설이고, 내일 사무실에 가져갈 자료를 지금 챙겨 놓을까 아침 일찍 일어나 챙길까 등으로 갈등에 빠질 때가 있다.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날마다 겪는 일이지만 지금 일어날까, 5분만 더 누웠다가 일어날까로 고민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출근 준비를 하면서 오늘은 어떤 의상을 입을까, 교통편은 어떤 것을 선택할까, 점심시간엔 무얼 먹을까 등으로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선택의 갈등을 겪고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겪는 혼자만의 고민거리 외에도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매일 겪는다. 때로는 그로 인해 관계가 끊어지기도, 때로는 갈등으로 생긴 문제를 해결하여 관계를 더욱 견고히 이어가기도 한다. 갈등의 시작은 무수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핵심적인 이유는 상호 간의 의사소통 부재와 오류, 타인에 대한 왜곡적 이해에서 발생된다고 생각한다.


평생을 함께하며 일심동체라고 믿으며 살아온 부부들이 겪는 갈등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부간의 주요 갈등의 원인으로는 성격 차이나 가족 간의 불화, 경제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게 대부분이다.

부부 관계에서도 갈등이 늘 잔재하듯, 갈등은 어떠한 인간관계에서도 피할 수 없는 하나의 보편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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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이라 하여 꼭 불쾌한 고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행복한 선택으로도 망설이며 갈등에 빠질 때가 많다. 취업을 위해 면접을 본 회사 중 두 군데서 합격 통보를 해 왔을 때라던가, 중식을 먹을 때 짬뽕과 자장면의 선택이던가, 음료수를 사려고 마트에 들려 콜라나 사이다를 고를 때, 같은 급의 자동차를 살 때 현대 차로 할 것이냐, 기아 차로 선택할까 고민에 빠졌을 때는 행복한 갈등에 빠졌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둘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행복한 조건이 아니거나, 그중 하나가 불쾌한 사유를 갖추고 있다면 더욱 심각한 갈등에 빠질 것이다. 택시를 타려니 요금이 걱정돼서 버스를 탈까 망설일 때, 학교엔 이런저런 이유로 가지 싫고 안 가자니 부모님한테 꾸중을 들을 것 같을 때, 제주도 여행은 가고 싶지만 코로나 19로 가급적 여행은 자제하라는 사실 때문에 망설여질 때, 우리는 갈등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



사회심리학자 레빈은 인간의 목표와 욕구의 측면에서 갈등을 조명했는데,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이상의 목표에 대한 접근과 회피 경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갈등 상황에 따라 세 가지 유형의 갈등을 제안했다.


# 접근-접근 갈등(approach-approach conflict)
끌리는 두 대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등이다. 예를 들어 두 회사에 합격통보를 받았는데 하나는 외국계 기업이고, 다른 하나는 국내 대기업이라 했을 때 선택에 직면하는 갈등이다.
# 회피-회피 갈등(avoidance-avoidance conflict)
피하고 싶은 두 대상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등이다. 보통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갈등이다. 예를 들어 상사와 관계가 불편한 직장인이 회식에 대해 가지는 두 마음이다. 안 가자니 찍힐 것 같아서 싫고, 그냥 가자니 몸도 마음도 불편한 상황의 갈등을 말한다.
# 접근-회피 갈등(approach-avoidance conflict)
앞의 갈등이 두 대상에 대한 갈등이라면, 이 갈등은 한 대상이 가지고 있는 두 속성에 대한 갈등이다. 예를 들어 이성 친구를 사귈 때 겪는 갈등으로, 상대가 성격은 괜찮은데 키나 외모가 별로 마음에 안 들면 갈등하게 된다. 또 여성들이 남자 친구에게 프러포즈를 받고 심각한 고민과 갈등에 빠지는 것도 접근-회피 갈등이다.
출처 : [네이브 지식백과] 갈등(conflict) [심리학 용어사전, 2014.4]



“그럼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갈등의 연속이고, 갈등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일어난다.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욕구와 가치관이 있고, 자신의 생각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의 요구를 쉽게 수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갈등을 해결할 힘은 오로지 자신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갈등관리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자신의 상태를 제대로 아는 것이다.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할 때 본인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행동을 바꿔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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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동안 갈등에 부딪쳤을 때 항상 두 가지의 결론을 내렸었다. 부정적인 태도 아니면 공격적인 행동을 취해 왔다. 이제부터라도 나는 상대에게 느낀 실망이나 화, 허탈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사고로 상대방과 윈-윈 할 수 있는 협상의 기술을 연습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한다. 또한 공격적인 행동으로 상호 간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갈등관리에도 신경을 쓰며 건설적인 해결책을 찾아 나갈 것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상대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고 논리적인 싸움은 가급적 피하며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갖추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인 만큼, 갈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갈등 속에 빠져 허우적대지는 말자. 갈등에 대해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즐겨보는 것은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