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함과 대범함의 사이

소심함과 대범함의 균형을 찾아라

by 박천수





마음이 급해 덜렁대는 사람은 실수가 많다. 그러나 지나치게 신중하거나 소심한 사람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고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있다. 소심한 사람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결정했을 때,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선택을 잘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항상 자신감이 부족하며 매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일상에서도 가끔 소심함과 신중함을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실 나도 이런 부류에 속하지만, 과거 학창 시절에는 특히 이런 성향이 심했다. 나만의 세계에서 놀 수 있는 여행이나, 그림 그리기, 바둑 등에 심취했으며, 친구 역시 폭넓게 사귀지 못하고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에 한정되어 있었고, 시끄러운 곳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했다. 그것은 어쩌면 신중함이 아니라 소심함이나 내성적인 성향이 더 강했기 때문일 것이라 여긴다.




사람들은 보통 중국음식점에 가면서 이런 경험을 자주 겪을 것이다.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메뉴를 선정할 때 나오는 너무나 익숙한 대화다.

"우리 뭘 먹을까?" "아무거나 먹지 뭐" "야, 아무거나 라는 메뉴가 어디 있냐?" "난, 짜장면 먹을 거야. 넌?" "글쎄~, 그냥 같은 걸로 하지 뭐"

자기가 먹고 싶은 것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남이 하는 걸 보고 따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선택의 어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선택의 상황에서 항상 망설이는 편이다. 백화점에 옷을 하나 사러 갔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발견했을 때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인다. “살까 말까 혹시 더 나은 것이 있을 줄 모르는데.”“색깔은? 디자인은 괜찮은 걸까?”“혹시나 사 가지고 가서 후회하는 것은 아닐까?”그러는 것을 결정 장애라고까지는 말할 수는 없겠지만, 평소에 스스로 결정하고 선택하는 훈련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치부하며 미화시켜 버린다.




우리는 자신의 일에 대해 주저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그러면 결정을 지나치게 주저하는 습관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성격 탓은 아닐까?

모든 조건이 갖추어질 때까지 기다리며, 이것저것 재어보다가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러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남의 눈치를 보느라고 주저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 아무래도 어떤 일을 할 때 더욱 신중을 기하게 된다. 그만큼 현명해진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행동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어릴 때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은 쪽에 무조건 승부를 거는 반면. 나이가 들면서는 선택 시 발생하게 될 위협 등 부정적인 요소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된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많은 변수를 고려하고, 돌발 상황을 예측해 미리 준비를 하려고 하다 보니 생각이 길어진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일이 왕왕 발생하게 된다.




우리는 가끔 어떤 일을 앞에 두고 결정할 때 소심한 사람들에게 좀 대담해져 보라고 충고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성향이 소심한 것인지 대담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미룬다.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소심함을 가지고 있다. 대담함과 소심함은 상반되는 개념이지만 이 둘이 동시에 균형을 가질 때 우리는 갈등이나 두려움으로부터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겪는 일이나 직장에서 주어진 일에 대한 수행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소심하면서 대담해야 한다. 작은 것 하나하나를 치밀하고 완벽하게 준비하면서도 자기가 할 일은 대담무쌍하고 거침없이 진행해야 한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에 나의 자만이 만들어 낸 과감한 결정으로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어쩌면 생각 없이 저지른 대담성이 가져다준 행운인지도 모른다. 지금부터 3년 전 가을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족과 함께 야외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분양 중인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지나가다 구경이라도 한번 하고 싶은 충동이 생겨 들어간 적이 있다. 2층에 자리한 평형별 모델하우스를 보다 갑자기 분양받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동안 살고 있던 아파트가 10년이 지나 이번 기회에 갈아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잔여분 선택을 하기 전에 동별, 층별 위치나 인테리어, 생활환경 등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다가 대범하게 확 저질러 버렸다. 물론 입주 시 기존 아파트를 매매한 자금과 대출까지 받아야 하는 애로사항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분양받은 것이 훌륭한 선택이었다는 것을 입주한 후에야 알았다. 분양받은 후 가격 상승효과도 있었지만 제반 환경이 좋은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쩌면 짧은 순간에 나의 대담한 선택이 만든 결과이기에 지금도 만족한 경험이라 여기고 있다.


그러나 인생을 살면서 대담함 만으로 살다 보면 주위에 있는 가족이나 친구를 피곤하게 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후회나 아픈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의 경험으로 봐도 만약에 기존 아파트가 팔리지 않았거나, 대출에 문제가 있었다면 가족들이 많은 고생을 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또 얼마나 많은 질타를 받았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소심한 사람이거나 대담한 사람은 없다. 그것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자신이 행하려는 일의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후천적인 습관일 것이다. 또한 사람에게는 타고난 기질과 성향이 있다. 물론 사람의 성향을 놓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는 없다. 그것은 사람마다 지닌 고유한 특성이기 때문이다. 소심함은 정도에 따라 장점이 되기도 하고 콤플렉스가 되기도 한다. 만약 지나치게 대담하거나 지나치게 소심함으로 인해 인생이 꼬인다면 그것은‘병’이라고 밖에 얘기할 수 없다.


결국 지나치게 대담한 사람에게는 소심함이 필요하고, 반대로 불필요하게 소심한 사람에게는 대담함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을 균형 잡힌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처음엔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만족할 수 있도록 반복적인 연습을 하다 보면 소심한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가진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대범한 용기 없이 무엇인가 잃을 것을 걱정하다가는 진짜 아무것도 못 하게 된다는 '짐 론(Jim Rohn)의 명언을 음미하며 각자의 선택에 맡길 뿐이다.


‘일반적인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평범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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