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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Nov 13. 2020

행복과 행복 지수

행복은 느끼는 것이다





우리는 늘 행복을 꿈꾸며 산다. 행복은 언제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가까이서 서성대고 있는데도 보지 못하고 잡지 못하기 때문에 행복해지기만을 기다린다. 평소 우리는 행복이란 말에 익숙해져 있지만, 막상 당신은 행복하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을 찾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된다. 왜냐하면 행복은 만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사람들은, 행복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정적이고 일상생활에 만족하며, 아침이면 일터로 직장으로 활기찬 모습으로 출근하며, 저녁이면 가족과 함께 따뜻한 식사를 하면서 각자가 겪은 일상을 웃으며 대화하는 풍경을 그릴지도 모른다. 아니면 선물을 받거나 좋은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 친구가 생기거나, 결혼하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행복하다고 말한다. 물론 행복이란 각자가 처한 환경과 느끼는 감정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행복의 개념을 풀어쓰면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활의 8가지 행복>이란 행복론을 쓴 괴테도 평생을 통틀어 행복했던 시간은 고작 17시간이었다고 고백한 사실을 보면, 괴테 자신도 행복이 가까이 있음을 알고도 모른 체 넘겨 버린 것은 아닌지, 행복을 잡는 법을 알지만 잡지 못한 것은 아닌지 궁금할 뿐이다.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직장, 더 높은 자리, 더 넓은 집을 가지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여긴다. 그러나 막연한 미래의 가치 실현이 지금을 행복하게 해 주지는 못한다.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는 미래의 목표보다는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에 완전히 몰입되어있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꿈꾸는 행복이 있는 자리는 지금, 이 시간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시간이 흘러 지나간 후에 그때가 행복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달리는 열차의 차창 밖에 비치는 풍경처럼 행복은 순식간에 달아나 버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20일 세계 행복의 날을 맞아 UN이 발표한 <세계 행복 보고서 2020>를 발표한 적이 있다. 각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 사회적 지원, 건강 기대수명,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관용, 부정부패 등 6개 항목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매겨지는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이 세계에서 61번째로 행복한 나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54위보다 7계단이나 후퇴했고, ‘세계 행복 보고서’가 최초 발표된 2012년 이래 처음으로 6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항목별 순위를 토대로 요약하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풍요롭고 보건의료 서비스 등에선 세계적으로 앞서 가지만, 사회적으로 갈등과 차별, 불신이 심하고 개인이 더 나은 삶을 선택할 기회와 이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상당히 부족한 점이 평가에서 순위가 밀리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출처 <세계 행복 보고서 2020>


오늘날 사람들의 행복 지수는 그 정의만큼이나 경제적 가치보다는 여유 있는 환경과 빈부의 차이가 없는 사회에서 긍정적인 삶을 사는 것 자체로 평가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 국가에 따라 상당히 차이가 있으며 한때는 선진국보다 빈곤 국가에서 행복 지수가 더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아마도 경제력이 삶의 주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고 여유 있는 생활패턴에서 나온 결과물이 아닐까 한다. 물론 이와 관련한 결과는 절대적으로 수치화한 지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과는 실제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기준은 무엇이며 정신적, 물질적 행복의 근본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정말 반문해 보고 싶은 명제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개인이 느끼는 행복 지수는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데서 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등산을 무척이나 즐기는 한 사람이 30만 원짜리 등산복을 입은 만족감은 등산복의 질과는 별 관계가 없다. 자기 등산복에 유명 브랜드가 붙어 있다는 것을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뿐이다. 그러나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다 유명 브랜드의 등산복을 입게 되면 그 등산복에서 오는 만족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행복지수 또한 사라질 것이다.     




프랑스의 철학자인 ‘라 코슈 푸코’는 행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자기가 행복해 지기를 원하는 것보다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려고 더 애를 쓴다.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려고 애쓰지만 않는다면, 스스로 만족하기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남에게 행복하게 보이려는 허영심 때문에 자기 앞에 있는 진짜 행복을 놓치는 수가 많다.  



우리는 모두가 행복한 삶을 위해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결혼을 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운동을 한다. 하지만 행복은 말처럼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어쩌면 그 또한 타인이 세운 삶의 잣대에 내 삶을 맞추려고 하기 때문은 아닌지. 정답은 아니지만, 세상을 나만의 방식으로 당당하게 사는 지금이 나에게는 가장 멋진 삶이고 최선의 삶이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자. 글쓰기를 하다 잠시 멈추고 창가에 앉아, 가을 속에 묻혀가는 진홍빛 단풍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로움처럼, 내가 좋으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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