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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천수 Dec 01. 2020

복권 당첨, 4등이라도 좋아

로또 복권이 주는 일주일의 작은 행복





로또복권이 4등 당첨이라니? 몇 년 만이었던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20여 년 전에 4등에 한번 당첨된 기억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니 믿기지 않는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주말 동행 복권 홈페이지에서 자동을 선택해서 4천 원을 투자한 적이 있었다. 그것도 복권 추첨 시간이 임박한 오후 8시가 넘어서. 그리고는 별다른 생각 없이 글쓰기에 여념 없던 저녁 9시가 조금 지나 왠지 모르게 복권 추첨 결과가 궁금해졌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스마트폰의 검색창을 통해 당첨번호를 확인한 후 내 번호와 하나씩 대조해 보는데 이게 웬일인가? 생각지도 않은 번호 4개가 똑같은 모양으로 내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사람들은 복권을 사면서 그냥 재미 삼아 하루 동안, 아니면 일주일의 행복감을 즐기기 위해서라고 말은 하지만 누구나 내심 일등의 행운이 자기에게 돌아오기를 기대하는 마음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만일 그 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것은 속 보이는 거짓말임에 틀림없다. 그 말에 동감하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예전처럼 1등 당첨금액이 인생을 역전시킬 만큼 큰 금액은 아니지만 '1등이 되면 뭐하지?' 하는 기분 좋은 상상에 일주일이라도 즐거운 행복에 빠질 수 있을 테니까.  


코로나 19가 덮친 이후 예전에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경제 사회적 어려움으로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은 본의 아니게 요행이라도 돈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국민생활 안정과 경제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한 정부의 재난지원금도 물론 일시적인 보탬은 되지만 그보다 더 안정적인 무언가를 사람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로또복권의 당첨은 그중에서 가장 강력한 삶의 회생과 안정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며, 그것이 당첨을 꿈꾸는 우리 모두의 열망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평소에 나도 생각날 때마다 한 번씩 복권을 샀지만, 5등조차도 당첨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운이 없었다. 내 경험상으로는 당첨 번호 6개 숫자 중 3개를 맞추는 것도 힘든데, 4개씩이나 맞춘다는 게 그리 쉬운 선택이 아니란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번호를 선택하면서 때로는 통계학적으로, 때로는 패턴 분석으로, 때로는 꿈을 통한 해몽 등으로 각자의 취향대로 선택한다. 나도 수동으로도 해보고 자동으로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는 누구라도 감히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오직 복권을 구매하는 본인의 선택이며 책임이니까.


20여 년만에 당첨된 4등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복권의 행운이 내게도 올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비록 당첨금이 오만 원 밖에 되지 않는 4등이지만, 이게 왠 횅재 나며 들뜬 얼굴에 괜한 미소까지 가득 채운 체 자랑이라도 하듯 가족들에게 큰소리치던 나의 모습이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지만 참으로 행복한 것 같았다.


“나 오늘 복권 4등 당첨 먹었다. 기분인데, 오늘 저녁은 내가 한 턱 쏠게. 우리 맛있는 것 시켜 먹자.”   

  



며칠 전 사무실에 가려고 버스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소 바로 뒤편에는 로또복권판매소가 행운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복권판매소 안으로 사람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승용차를, 화물차를, 택시를 판매점 입구에 세우고 판매점 안으로 들어가는 그 사람들도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저렇게 복권을 사는 것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오히려 마음이 흐뭇해져 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사람들 중에 누구 하나라도 빨리 일등 당첨자가 나와 판매점 문 앞에 ‘○회 일등 당첨’이란 현수막이 게시되는 날을 빨리 보고 싶어 졌다. 이번 주도 누군가는 인생 역전의 쾌재를 부리며 숨 막히는 행운에 들뜨겠지 하는 부러운 상상을 하면서 기다리던 버스에 올랐다.      




어쩌면 복권 당첨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일주일을 산다는 것도 하나의 유쾌한 작은 행복이 아닐까? 이번 주가 아니면 또 다음 주가 있으니까. 기다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삶의 여유일 테니까. 모두에게 로또 1등의 행운이 한 번씩 찾아가는 날이 빨리 와 주기를 소원해 본다.      


로또 당첨 4등이라도 좋아, 자주만 찾아와 줬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내 마음이다. 작은 행운일지라도 내 안에 쌓다 보면 나도 모르게 즐거움과 함께 행복도 커져 있을 것이니까. 나는 또 다음 주 토요일을 기다리며 일주일의 소소한 희망을 갖기 위해 오늘 밤에도 로또 복권에 행운을 맡겨 보려고 한다. 물론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은 8백만 분의 1의 행운을 거머쥐는 행복한 상상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기쁨일 테니까.



기회는 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잡는 것이고,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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