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고향 가는 길
티맵 아가씨 말...., 너무 믿지 마세요~
설명절연휴 첫날 새벽 6시 43분에 어머니가 계신 대구로 출발 ~
명절 선물과 명절 음식을 가득 실은 나의 16살 애마는 짐이 너무 무거워서 화가 났는지, 스피커 연결부위가 고장이 났는지 라디오 소리도 CD Player 소리도 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책 읽어주는 유튜브'를 틀고 온 가족이 함께 들으며 가기로 했다.
막내딸이 선택한 책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오~ 깜놀! 많이 컸구나. 내 맘에 드는 꼭 선택이다.)
주인공 라스꼴리니코프의 어머니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에는 어머니의 깊고 깊은 사랑이 뚝뚝 묻어난다.
전당포 노파를 살인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어머니의 편지를 읽으며 온 얼굴이 눈물로 젖는다.
대한민국 운전자들 대부분이 의존하고 있는 티맵 아가씨가 시키는 대로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가면 운전했다.
티맵정체인가? 모든 사람들이 티맵 아가씨가 알려주는 길로 가면 그 도로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대구에 도착하기까지 7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진입하려는 차량도 너무 많고 오래 기다려야 해서 포기하고 졸음쉼터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려고 주차를 했는데, 급한 용무 대기 중이신 분 25명이 넘게 이미 줄을 서 계신다. ㅜㅜ
사람이 급할 때는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예비군복은 입지 않았지만 곳곳에 널려있는 자연화장실을 순식간에 이용하고
애마로 돌아왔다.
' 졸음운전 = 자살운전 '이라는 경고문구를 보고...
졸지 않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운전했다.
대구 본가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2시 3분!
크로스핏으로 단련된 몸이라 장거리 운전도 버틸만했지만 아이들의 안마를 받기 위해서 매트리스 위에 엎드려 피곤한 척했다.
뻗어 있는 아빠의 등과 어깨를 세 아이들이 번갈아가면서 안마해 주었다.
아이들이 손으로 안마하는 것은 힘들 것 같아서 아빠 등에 올라서서 발뒤꿈치로 안마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이들의 몸무게는 그리 무겁지 않았다.
인생의 산전수전을 다 겪어내고 있는 아빠의 등과 어깨는 아이들의 몸무게 정도는 가볍게 느낄 수 있다. 아이들 발뒤꿈치로 해주는 안마는 정말 시원하고 감동적이다.
내가 어리고 어리던 시절에 할머니께서 다리 위에 올라가서 밟아 달라고 요청하셨던 기억이 난다.
10년쯤 후에나 이 세상에 태어날 나의 손자손녀들이 내 다리 위에 올라서서 몸무게를 실어 발로 안마해 줄 때까지 오래오래 살고 싶다.
오래 살려면 소식해야 한다는데....
설명절에 몸이 원하는 대로 많이 먹고 굵고 짧게 살 것인가?
산해진미 앞에서 군자처럼 절제하고 소식하여 길고 질기게 살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