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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원우변호사입니다 Jul 28. 2024

[ 사람을 살리는 의사, 사람을 살리는 음식 ]


약관 20세 재수생 시절, 신체검사받으러 오라는 국방부의 통지서를 받았다.


수백 명의 젊은이들이 팬티만 입고 줄 서서 여성간호사들 앞에서 신체검사를 받던 시절이었다.


치질 검사도 받은 것 같다. 군의관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뒤로 돌아! 팬티 내려! 허리 숙여! 항문 벌려 ~  "라고 말했다.


뽀송뽀송 솜털도 아직 가시지 않은 20살 청년들은 국가를 대신한 군의관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때 나의 혈압이 다른 사람보다 높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큰 병원에 가서 모든 검사를 다 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기에 의사의 최종 진단명은 본태성 고혈압! 아버지가 고혈압이어서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혈압이 높다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그날 이후로 의사의 조언대로 나는 짜게 먹지 않고 술 담배도 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고 공부도 운동도 적당히 설렁설렁했다.


37년의 세월이 흘렀다. 크로스핏이라는 고강도운동을 매일 해도 먹는 음식량이 워낙 많으니까 배는 계속 나오고 체중은 계속 불어났다.


사무실 근처에 있는 종합병원에 가서 모든 검사를 했다.


심혈관계 명의께서 ' 모든 검사결과가 좋다. 당뇨도 단백뇨도 없고 심장부하도 좋고 모든 것이 정상이다. 혈압조절도 잘 되고 있다. 다만 체중조절에 신경 쓰라. 병원에 다시 오지 않아도 되고 집 근처 의원에서 관리받으셔도 되겠다."라고 하셨다. 기분이 좋다. 안심이 된다.


크로스핏을 8년 동안 주 5회 이상 꾸준히 해온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라면 3개를 먹어야 포만감을 느끼는 대식가다. 28년 전, 신림동 고시촌에서 고시공부하던 시절, 매주 토요일 밤 11시경에 옆방 고시생 상경이와 함께 커피 포트에 끓여 먹는 라면은 내 영혼의 힐링푸드였다.


지금도 라면 냄새를 맡으면, 참기 어렵다. 안 먹을 수가 다. TV 드라마에서 라면 먹는 장면을 보면 그날 밤은 꼭 라면을 먹어야 한다.


37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건강한 몸과 혈압을 유지하고 있으려면 체중조절해야 한다.


방법은 심플하다. 밤에 라면을 안 먹으면 배도 들어가고 날씬해질 수 있다. 그러나 라면도 못 먹고사는 인생 살아서 뭐 하나....


앞으로는 라면 3개가 아니라 딱 절반인 1.5개만 먹자.


" 라면 먹고 갈래요? "라고 말해준 사람은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


나는 혼자서도 라면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내 영혼의 힐링푸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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