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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원우변호사입니다 Jul 29. 2024

<선생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인가요?>


매년 여름 이맘때 진행되는 교회 중고등부 여름 수련회에 참석한 것이 12번째다.


8년 전에 중1 조그마한 학생이었던 ○엽이도 재수를 거쳐 키가 180cm가 넘는 대학생이 되어 교사로서 이번 수련회에 참석했다. 흐믓하다.


주일아침 중고등부 예배를 마치고 11시에 목사님 부부와 장로님, 집사님들의 환송과 격려와 응원을 받으면서 강원도 홍천에 있는 '한옥 예향'이라는 곳으로 출발했다.


두 시간 정도 고속도로와 국도를 달려서 수련회  장소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식사를 하고 2시부터 4시까지 물놀이를 했다.


주일 아침 9시 30분에 처져 있는 어깨로 교회에 와서 졸면서 예배 설교를 듣고 바로 학원으로 가야만 하는 아이들의 내면에 억눌려 있던 엄청난 에너지가 물놀이장에서 다이내믹하게 분출되는 것을 보았다. 놀라웠다.


20대 젊은 전도사님과 선생님들이 중고등학생들과 함께 거의 전쟁이나 격투기와 다름없이 격렬하게 물놀이(물싸움! 물전쟁!)하는 모습들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두었다.


약 58초 길이의 동영상이 약 30여 개, 사진이 약 300장이 넘는다. 교사들 단톡방과 밴드에 다 공유했다.


물놀이하고 나서 수박 먹으며 쉬는 시간에 동그란 안경을 쓴 눈망울이 큰 중1 학생 ○혜가


"태원우 선생님의 인생영화가 뭐예요?"라고 질문한다.


영화제목 2개가 떠올랐지만 학생들의 교육상 어떤 영화라고 대답해 주는 것이 좋을지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서 역으로 질문을 했다.


 "혜의 인생영화는 뭐야~~?"


"저는 태극기 휘날리며 요!


의외였다. '빨간 머리 앤'이 아니라  '태극기....  ' 라니...


"어떤 점 때문에 혜의 인생영화가 되었니?"


"잘 모르고 있었던 6. 25. 전쟁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형제간의 희생과 사랑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나는 '무산일기'라고 대답하는 것보다는 '벤허'라고 대답하는 것이 교육상 더 좋을 것 같아서 '벤허'라고 대답했다.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권사님들이 의외라는 표정이다.


혜가 "벤허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세요~"

라고 요청한다.


대작을 몇 마디 말로 갑자기 설명하자니 말문이 막혔다.


 "응~ 선생님은 어릴 때 어머니의 권유로 영화관에 혼자 가서 보았는데, 벤허의 가족들이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었지만 예수님을 만나서 삶이 변화되고 구원받는 스토리야. 나도 벤허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기에 선생님의 가치관 형성에 제일 큰  영향을 준 영화지"


이어지는 혜의 질문, "요즘 피해자 인권보다 범죄자의 인권이 더 중요시되는 것에 대해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떠오르는 대로 솰라솰라 대답해 주었다


또다시 " 흉악범을 변호하던 변호사가 갑자기 그만두게 되면 그 사실이 뉴스로 나오면 범죄자에 대한 여론이 더 안 좋아질 텐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 와~ 중1짜리가 이런 질문을 하다니...' 속으로 감탄하면서


"정말 깊이 있는 좋은 질문이다"라고 칭찬해 주고 솰라솰라 대답해 주고


 "혜는 변호사 하면 참 잘하겠다"


"예, 관심 있어요"


"변호인이라는 영화 봤니?"


"아니요. 노무현 대통령의 영화...  맞죠.??"


"응~ 송강호가 노무현 연기를 했지. 꼭 봐라~~"


" 네~ 그런데 선생님은 크림슨합창단도 하시고 노래도 잘하시는데 왜 찬양팀을 안 하세요?


"와~ 크림슨합창단 이름까지 다 기억하고 있네?"


"제가 기억력이 좋잖아요 ㅎㅎ"


"중고등부 찬양팀은 젊은 선생님들이 하시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나는 찬양팀은 안 한단다."


대화를 계속하면 더 어려운 질문이 훅훅 들어올 것 같았다. ㅎㅎ


바비큐로 저녁식사를 배 터지게 먹고 나서 이어지는 저녁예배 찬양시간!!!


찬양팀이 물놀이도 안 하고 찬양인도 준비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는데, 고 2 학생 찬양팀장 민○와 찬양팀원들이 정말 영성 깊고 영감 있는 찬양인도를 했다. 찬양은 곡조 있는 기도이고 삶의 고백이고 하나님과의 대회다. 은혜를 받았다


이태전도사님의 저녁집회 설교는 요한복음 21장 본문으로 "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내 양을 먹이라. " 정성과 간절함이 가득한 감동적인 설교였다. 이어서 결단의 기도회가 뜨겁게 이어졌다.


중 A반 학생들의 손을 잡고 함께 기도하는데 눈물이 흘러나왔다.


" 선생님들은 왜 자꾸 울면서 기도하시지?"라는 ○환이의 작은 독백소리가 들린다. (그러게 말이다. ㅎㅎ )


기도회 후 반별 나눔 시간이다.

권사님들께서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설렘), 옥수수(강원도 옥수수라 맛이 좋다), 컵라면을 마구마구 가져다주신다. 어른들이 주시는 음식들 사양하면 예의가 아니지....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하자.


주시는 대로 다 먹었다. 배가 부르다.


선 권사님께서 "평소 컵라면 3개 드시던 태집사님이 오늘은 2개만 드시다니.... 이상하네. 무슨 일 있어요??"라고 말씀하신다. ㅎㅎ


밤 12시가 넘어서 대충 씻고 잠자리에 누웠다.

옆자리에서 이미 잠드신 40대 이헌 집사님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과연 오늘밤 잠을 잘 수  있을까..?


눈을 뜨니 새벽 4시 21분이다.

스르륵 잠이 들었었구나.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오른쪽엔 손권집사님, 왼쪽에는 이헌 집사님이 번갈아가면서 리듬감 있게 코를 고신다. 한 분이 코 골 땐 다른 분이 잠잠하다.  다른 분이 코 골 땐 다른 분은 조용하다. 기막힌 조화다. 음악소리 같다. 이 좋은 소리를 혼자 듣기엔 너무 아깝다. 녹음을 했다. 중고등부 교사들 단톡방에 올려드려야지.ㅎㅎ


나도 코를 고는지 안 고는지 나는 모린다. 코 고는 소리가 누군가에 의해 이미 녹음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수련회 마지막날 아침이 밝았다.

오늘 오후에는 신나는 '루지'를 타러 간다.

장마철이지만 다행스럽게 비도 그쳐주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나도 함께 타면서 "속도 많이 내지 마라~ 조심해라~"라고 잔소리를 많이 해야 하는 날이다. 어제 하루 종일 많이 먹었으니 밥값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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