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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Feb 28. 2020

애착: 안정애착, 최선입니까?

-삽질 vs. 성장



내가 불안애착인 것은 잘못이 아니다. 

내가 회피애착인 것도 잘못이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굳이 안정애착이 되어야 할까?


변화는 어렵다. 애착 유형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고,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다. 불치병도 아니고, 기관지가 약한 정도라며. 그럼 그냥 달고 살아도 되지 않을까. 나는 그저 연애하는 방식이 남들이랑 조금 다를 뿐이고,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해줄 사람을 만나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길이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다른 길이 없기에, 
우리는 안정애착이 되어야 한다. 





다른 길을 정말 많이 찾아봤다. 

나는 혼란애착이었다. 혼란애착이 안정애착이 되는 길은 험하다 못해 불가능해 보였다.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믿는 나였기에, 어차피 글러먹었으니 빨리 포기하고 다른 부분이나 신경쓰자며 열심히 도망다녔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며, 안정애착이 아니어도 할 수 있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멈춰있는 동안,

내 연애 또한 그대로 멈춰 있었다.



안정애착이 아니어도 연애하고 결혼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관계를 맺는 건 불가능하다. 연애를 하면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사라지지 않는다. 외롭고, 괴롭고, 절망하고. 이번에는 다를 거라고 생각하며 새로운 관계를 시작해 보지만, 차이가 별로 없다. 비슷한 관계가 누적되고 악순환의 반복은 멘탈을 붕괴시킨다. 과거의 기억은 쉬이 떨쳐지지 않고, 마음 한 구석에 쌓이면서 어느 새 망령이 되어 나를 점점 잠식해 나간다. 


연애하는 동안만 그런 게 아니다. 

애착은 대인관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님, 친한 친구, 지금 무릎 위에 앉아있는 강아지에게까지. 나아가서는 미래의 내가 선택한 가족 - 배우자와 자녀들.



도망갈 만큼 도망가본 사람으로서. 

길고 고단하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안정애착이 되는 길이, 정말 이게 최선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다. 



놀랍게도 이게 최선이더라고요.





이렇게 인사드리는 건 처음이네요.

안녕하세요, 화라입니다.


사실 애착 시리즈를 글로 쓰겠다고 마음 먹는 건 쉬운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과거로 되돌아가야 했습니다. 지나간 시간 속 삶의 모습들을 여러 번 덧그려보고, 겪었던 상처를 하나하나 반복해서 파헤쳐야 했어요. 이 때의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지냈구나, 저 때의 나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함께, 이런 저런 행동들을 했었구나. 관계 안에서도 사랑의 시작과 끝, 설렘과 절정, 갈등과 이별까지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시간까지. 

행복, 슬픔, 사랑, 분노, 질투, 고통, 절망 ... 과거를 다시 한 번 살아야 했습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눈물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여전히 지독하게 외로웠습니다. 


쉬운 길을 알려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안정애착이 되어야 하기에, 옆에서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이 그려준 지도를 가지고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습니다. 


지금은 행복하게 웃고 있지만 언제든지 울 수도 있고,

사랑에 상처받았더라도 다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에. 

나는 충분히 사랑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기에.


애착이 저에게 가져다 준 삶이 그러했듯 그대에게도 ...

언제나 나를 상처주고 고통스럽게 했던 사랑이 더이상 칼을 꽂지 않을 겁니다. 


삶과 사랑에 있어 변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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