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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Mar 13. 2020

애착: 회피형, 불신자들

-모든 걸 다 주니까 떠난다는 그 새끼


외롭다.

연애를 하고 있는데도, 미친듯이 외롭다.


좋아한다.

그렇다고 삶의 모든 부분에 함께하고,

모든 것을 공유하고 싶지는 않아.

부담스러워. 숨이 막히기 시작한다.


내가 당신과 다른 사람인 줄 모르고 만난 거야?

왜 내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는 거지? 

왜 이렇게 나를 괴롭히고 싶어하는 걸까?

예상하고 있었다.

말해봐야 싸우기만 할 텐데 대화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잠깐 해결되는 듯 보여도 다시 원상복귀 될 텐데. 

어차피 똑같은 일로 계속 싸우게 될 것을. 


그래. 

좋아하니까. 사랑하니까.

일단 참아보자. 참고 넘겨보자. 


… 역시나 나에게 실망했나보다.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지.

나는 네 행동이 싫어도 참았는데, 왜 너는 나를 바꾸려고 해?


그래. 더 이상은 안되겠다.

너랑 나는 아닌가보다. 우리는 여기까지인가보다.



이번에는,

당신이 있어서 외롭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지도 모른다고.

 

모든 게 착각이었다.


어디에 있을지 모를 완전한 사랑.

나의 구원은 어디에 있을까.






애정의 수단으로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 있다.
그것은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 폴 부르제




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들이 믿는 것은 오로지 자기 자신 뿐이다. 회피형에게 사람과 관계는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애정이나 친밀감과 같은 감정은 일시적이고,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사람이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랑과 관계의 견고함이나 일관성, 유대감에 대한 신뢰가 없다. 갈등이 너무나도 두렵다. 노력을 해 보아야 사람은 변하지 않았고, 남은 것은 상처뿐이었기에 두려워서 숨어버렸다. 마비된 애착 체계는 회피형들에게 '혼자일 때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합리화시켜 왔다. 


갈등이 발생하거나 기준 이상으로 상대방과 친밀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회피형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가장 좋은 수단은 모든 인간적인 접촉을 차단하는 - 침묵, 억압, 잠수, 무반응 등 - 것이다. 혼자 덩그러니 남겨짐으로써 비상등이 켜졌던 그들의 애착 체계는 진정된다. 


안정애착은 잘 작동하는 자판기를 지닌 사람들이고, 불안애착은 버튼을 끊임없이 누르는 사람들이라고 전 편에 표현했다. 회피애착이 가진 마음 속의 자판기는 대답이 없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내가 뽑으려던 건 나오지 않았고, 그 상태로 오랜 시간을 보낸 결과 이제는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 하며 체념해 버렸다. 그러니까 회피애착은 자판기에서 뽑아마시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마시고는 싶지만 뭘 주어야 할지 모르고, 무언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걸 받게 될 거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회피형, 당신은 정말 자유로운 영혼인가?


얼핏 보면 회피형은 매우 괜찮은 사람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쿨하고 시크하며 독립적인 능력좋은 사람. 스스로 무엇이든 잘 하는 사람. 연애에서 항상 우위에 있는 느낌. 


회피형의 측면을 꽤나 장기간 가지고 있었던 사람으로서 냉정하게 말하자면, 자기중심적이어서 그렇다. 회피애착은 자신에게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쿨하고 시크한 승리자의 느낌을 준다. 회피애착이 가장 중요시 하는 건 자기가 가진 무언가다. 자기의 독립성, 자존심, 라이프 스타일……. 상처받을 일 없는 인생. 혼자서 잘 마련해둔 상태를 유지하는 게 연애나 관계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회피애착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삶이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행복하며 만족스럽다면 충분히 괜찮다. 당신의 삶을 말릴 권리는 내게 없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어떤 이유로든, 그게 누군가를 만나고 있는데도 외롭거나, 더이상 상처받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것 같은데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사랑을 해도 해도 마음에 남아있는 텅 빈 느낌이 가시질 않아서 … 이유가 무엇이 되었든간에 혼자서 살고 싶은 사람들은 아닐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기에 당신이 회피애착이라면 변해야 한다. 스스로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 



애정은 주는 사람에게도, 받는 사람에게도 책임이 따른다. 






회피형도 사람이다. 

외롭다. 

절대 애정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고, 사랑받고 싶어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 관계가 깊어지면 벗어나야 할 것 같다. 제대로 된 이유는 본인들도 모른다. 그냥 관계가 깊어지고 상대방과 친밀해지면 잘 돌아가던 자신의 삶이 망가지지 않을까 하는 위협감그놈의 느낌적인 느낌이 들고 떨어져야 할 거 같으니까 멀어지려고 한다.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삶을 망가뜨릴 것 같으니까, 자꾸 단점이 보이며 멀어지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사람이어서 외롭기는 하다. 그래서 회피형은 자신의 감정적 결핍을 충족시키기 위해 과거의 연인을 미화하거나 미래에 사랑할 수도 있는 이상형, 환상, 로망, 판타지와 같은 가상의 존재에게 중독된다. 머릿속에 원하는 완벽한 사랑, 관계의 모습을 뚜렷하게 정해놓는다. 그런 형태의 관계 안에서만 그들 자신은 인정받고 상처받지 않은 채 안전하고 행복하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나는 상대방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인간이기에 누구를 만나든, 만날수록 이상과 현실의 간극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상대방과 나와의 의견 차이를 조율하고 타협하며 원인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안정애착의 태도인 반면, 회피애착은 자신의 이상형에서 벗어나는 부분. 맞지 않는 부분, 어긋나는 부분들을 다 해결할 수 없는 단점으로 여긴다. 회피, 침묵, 단절, 잠수.. 그렇게 혼자 포기하고 체념하며 점점 관계에서 멀어져간다. 


마음 속으로 역시 이 사람도 아닌 것 같다며 과거의 연인을 그리워하든, 미래의 가능성에서 찾든 늘 어느 정도는 자신의 이상형에게 마음이 쏠려 있으니 현재의 관계에 충실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친밀해지면 벽을 세우고 거리감을 두며 경계를 한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사랑한다는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흔히 말하는 ‘나쁜 남자’가 전형적인 회피애착이다.



술 마시고 사람 때리고 돋 뜯어가고 협박하고 필요할 때만 찾는 사람들은 회피형이 아니라, 그냥 양아치 날라리 인간 말종 쓰레기다. 회피형과 쓰레기는 구별해야 한다. 제발 쓰레기를 회피형이라고 커버해주지 말자



나쁜남자란 한 마디로 엄청나게 매력적이면서 "관계에 충실하지 않은" 사람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혼. 말만 두고 보면 멋있어 보이지 않나. 혼자서도 잘 해내고, 독립적이고, 모든 걸 다 가진 완벽한 사람. 상대방 없이도 본인의 삶을 완성한 것처럼 보이니 매력적일 수밖에. 


정말 혼자서 모든 게 완벽하다면, 누군가를 만나려고 하지도, 사랑에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 


나쁜 남자의 상대가 되는 여자들은 대개 불안애착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불행하게도, 회피애착과 불안애착은 서로를 끌어들인다. 불안애착이 회피애착이 떠나려고 할 때 느끼는 고통과 불안을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면, 회피애착은 불안애착이 자신에게 휘둘리는 모습에서 자신의 가치를 확인한다. 그리고 막상 상대방과 거리를 두면 그제서야 상대방의 가치를 깨닫고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한다. 둘 다 거리도 관계도 사랑도, 무엇 하나 얻지 못하고 괴로움만 남는 악순환에서 빠져나가지 못한다. 







어떤 관계는 그렇다. 

사랑하려는 발버둥이었는데 서서히 우리를 절망에 집어넣는다. 

물에 빠진 사람이 도와주러 온 사람을 놓지 못해 익사하듯 함께 가라앉는다.  


관계 안에서 또다시 외로워지고 예전보다 더한 공허함 안에서 스스로 괴로워하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며 찾아나서는 사랑은 눈을 감았을 때만 존재하는 환상이다. 


눈을 감으면 없어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외면해도 어느 순간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깨달아 버린다. 환상에서 다른 환상으로, 새로운 희망이라 믿으며 매달려도 늘 남은 것은 절망 뿐이다. 


원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는 허상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 내가 손을 뻗어 닿아도 사라지지 않는 것. 계속 눈을 감을 수 없으면서 포기하지 못해서 멈추지 못하고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닌가. 


현실에서의 사랑은 눈을 떴을 때 비로소 닿을 수 있다. 



더이상은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상처주고 상처받지 말자. 





화라










하는 것은 아는 것과 다릅니다. 

불안애착에 대한 이야기와 불안애착인 내가 느끼는 감정은 또 다르고요. 

회피애착에 대한 이야기와 회피애착인 내가 하는 행동도 또 다를 수 있습니다.


애착에 대한 글을 읽어도 막막하고, 

안다고 생각했지만 변하지 못하고,

좌절감과 실망을 반복하셨던 느꼈던 분들을 위한


애착 클래스를 개설했습니다. 

그동안 문의해주셨던 분들은 하단 링크 혹은 메일로 문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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