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화라 May 01. 2020

애착: 사랑투자증권(상)

- 사랑이, 밥 먹여주나?



너무 힘들어요. 뭘 잘못한 걸까요?




사랑이 힘들고, 삶이 버거워서 찾아온 이들의 말에

나는 당신은 잘못한 것이 없다고 대답한다.


동시에,

잘못이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지는 않다고도 말한다.


문제는 있다.


문제가 없으면, 삶과 관계의 무게에 고통받지 않았을 것이고 변화를 꿈꾸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당신의 잘못이 아니기에, 더이상 계속 같은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문제가 나를 괴롭힌다면 해결하면 되는 일이고, 상황이 힘에 부친다면 바꾸면 되는 일이니까. 


여기까지 말하면 그들은 다시 묻는다. 


“ 변하고 싶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







이순신 장군과 유관순 열사 중 누가 먼저 태어났나요?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시공간에 대한 물리 이론은 무엇인가요?
Temptation이 어떤 뜻이죠?
{9+20÷(5-3)}X13의 답은 무엇인가요?


당신은 이 문제들에 답할 수 있는가? 

학창 시절 배운 적당한 수학, 영어, 사회, 과학을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은 질문들이다. 

잊었더라도 간단한 검색으로 알아낼 수 있다. 우린 1545년이 1902년보다 빠르다는 걸 아니까. 



그렇다면, 


상대방이 진심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죠? 
연애하면 많이 맞춰주는데 왜 날 계속 힘들게 하죠? 
나는 열심히 사랑을 줬는데 왜 상대방은 모르는 거죠?
믿을 수 있는 사람일까요? 믿어도 되는 걸까요? 지금 만나는 이 사람은 좋은 사람일까요?
왜 마음이 식은 것 같죠?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거예요? 저는그때 왜 그랬을까요?


당신은 이 문제들에 답할 수 있는가? 

우리는 이런 관계의 질문들에 답하지 못한다. 그래서 잘못한 게 없이도 힘들어한다.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할 내용들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뇌와 갈등의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모르고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사실, 위의 질문들에 답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에 대한 답을 먼저 필요로 한다.  


진심은 무엇일까?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가?
마음은 어떤 방식으로 주고받는가?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사랑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왜 변화하는가?
이별의 결심과 고뇌는 언제, 왜 하게 되는걸까?


진심에 대해 모르는 채로 상대방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 하는 건. 

옛날에 태어난 이 모씨와 유 모씨 중 누가 먼저 태어났는지를 물어보는 것과 같다. 

누구인지 알아야 출생년도를 알 수 있고, 비교할 수 있다.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문제들도 마찬가지다. 

진심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상대방의 진심에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면,

당신은 상대방의 마음에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믿음이 형성되는 기반과 과정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다면, 

상대방을 믿어도 되는지 아닌지 갈등하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


관계 내에서 나와 상대방이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가 있음을 미리 알고 있다면,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마음을 깊이, 충분히 전달해 줄 수 있다.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면, 구별할 방법 또한 나름대로 찾을 수 있다. 


사랑의 과정과 형태에 대해 알고 있다면, 

관계와 감정의 변화 또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된다. 

모른 채 부딪히는지, 알고서 선택하는지 차이는 크다. 


이별의 이유, 내가 이별을 언제, 왜, 어떤 식으로 하는지에 대해 알고 있다면,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되거나 최소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된다. 








우리는 

사랑과 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면서도

사랑과 관계 자체를 아는 데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눈앞의 상황에 대처하기 바쁘고 마무리되면 다시 잊는다. 

아무것도 없이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 감정을 한 순간에 내던지고, 고민하기를 반복한다. 


몇 번 해 봤으니까 알지 않을까? 이번에는 괜찮겠지, 라고.

경험을 앎으로 착각한다.






물론, 삶의 문제는 시험 문제와는 달리 정답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르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의 사람들이 수없이 오랜 시간동안 공통적으로 고민해온 질문들이다.
그 중 어떤 사람들은 저런 고민으로부터 해방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인간으로써 근본적인 질문이고, 

하나의 정해진 답은 없을지라도 ‘나’를 위한 답을 낼 수는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적어도 시험지를 받아들고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지는 말자.

정답은 없을지라도 서술형으로 뭔가 적어 내는 능력은 갖출 수 있고, 갖추어야 한다. 

  


삶이 고달프고 힘든 건 어떤 거대한 사건사고 때문이 아니다.

사소하게 내 삶을 거슬리게 만드는, 정말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과 같은 문제들이 짧게는 몇 주, 길게는 몇 십년 씩 누적되어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



제가, 변할 수 있을까요?



힘들면 눕고 싶은게 사람 마음이다. 

힘든 상황에서 문제가 반복되었다는 걸 자각하는 사람은 소수고,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실제로 행동을 한 사람은 소수 중에서도 더욱 소수다.


절망하고, 후회하고, 걱정하고, 자책하고, 좌절하고, 분노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삶을 단순히 시간의 흐름대로 '살아 지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닌 내 뜻대로 ‘살아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당신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이미 변하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삶을 위한 노력이,

사랑과 관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힘의 근간이다. 




화라


작가의 이전글 애착: 회피형, 쓰레기인가? (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