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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Jun 12. 2020

불륜녀의 매력? 여다경(1)

-나쁜 여자, 마성의 그녀



일단, 대국민 불륜녀다. 뻔뻔하다. 어마어마한 썅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다경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이태오가 왜 그렇게 여다경을 놓지 못했는지 묘하게 납득이 간다. 

그녀에게는 틀림없이 사람을 끄는 면이 있다. 배우인 한소희 씨의 외모나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이태오의 성격과는 대비되는 당당한 성격 같은 드라마 내의 연출 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여다경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왜일까? 여다경의 매력은 어디에서 왔을까.




그녀는 불륜녀라는 타이틀만 빼고 보면 굉장히 성숙한 캐릭터다.


‘난 그 여자와 달라.’


여다경 스스로가 말했듯, 관계와 감정적인 측면에서 그녀는 실제로 지선우보다 나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녀의 모든 선택이 타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가진 매력은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 


(* ‘불륜녀가 어떻게~’ 라는 도덕적 가치판단의 논지는 배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사랑을 주고 받는 법을 안다. (feat. 애착, 안정형)


지선우와 마찬가지로, 여다경도 안정형 애착이다. 그래봐야 불륜이고 불장난이라고 말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여다경이 이태오와 만든 관계를 되돌아보면 그녀는 사랑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여다경은 관계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이태오에게 확고한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그 신뢰는 ‘이태오는 지선우보다 나를 더 사랑해!’를 이유로 관계에 끌려 다니는 대책 없는 믿음이 아니었다. 지선우보다 자신을 택할 것이라는 확신은 사랑과 관계에 대한 신뢰가 낳은 결과물이었을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2년 넘도록 시간을 상대방의 상황과 자신의 요구를 조율하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상대방이 처해있는 상황,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요인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파악한다. 

여다경은 자신이 불륜녀라는 사실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 유부남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아들과 아내가 있는 이태오의 입장을 몇 년 동안이나 고려했다. 이혼을 요구했지만 이태오의 우유부단함과 소심한 성격을 알기에 인내했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인내하고 배려하나 두고 보고 있어야 하나? 

아니다. 보통 참다 참다 터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녀는 한계가 명확하다.

자신이 이해하고 감당할 수 있는 부분은 감수하고, 싫어하는 부분은 싫다고 명시적으로 표현하며 조율과 타협을 요청한다. 같은 이유로 문제가 계속되거나 더 이상 타협하지 못하고 관계 유지가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에는 행동 가이드를 제시하며 선택을 요구하거나 이별을 말한다. 


이태오의 행동이 자신과 아이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참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태오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때, 여다경은 이태오에게 결정을 요구한다. 그리고 행동이 이행되지 않았기에 그녀는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닌 헤어짐을 이야기한다. 










스스로에 대해 잘 안다. (feat. 삶의 기준, 판단 그리고 행동)


여다경은 관계에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을 파악할 줄 안다. 

그래서 눈앞에 닥친 상황에 휘둘려서 일을 그르치지 않고, 자신을 위한 최선의 행동을 택한다.


상황과 행동 중 통제하기 쉬운 쪽은 자신이고, 

자신을 다루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파악이 우선이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이다.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에도 여다경은 곧바로 이태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당장 전화해서 울고불고 소리치는 게 아니라, 먼저 자신이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 

이태오가 임신 소식을 듣고 달려왔을 때에도 아이의 선택권은 자기한테 있다는 걸 분명하게 말했다.




여다경의 결정은 스스로를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그녀만의 선택이었다. 




만남을 지속한 것, 헤어지려 했던 것, 아이를 낳기로 결정한 것 모두. 

스스로 생각을 끝낸 여다경은 민현서의 말을 들어도, 이태오에게 헤어지자고 선포하고도 아이를 지우지 않는다.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여다경의 우선순위는 매우 명확하다. 

아이, 그리고 이태오. 그 다음에 있으면 좋지만,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유복한 환경이다. 

만들면 되니까. 실제로 만들어 냈다.






이태오가 지선우와 잤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도, 여다경은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 

아이가 열이 나는 동안 전처와 섹스하고 왔다는 남편한테 해줄 수 있는 말이 아닌데, 여다경은 고맙다는 말을 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지키고 싶은 것 역시도 ‘우리 둘의 관계’이기 때문에

숨기고 싶었을텐데도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서준 이태오의 행동 자체는 고맙다고 표현한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모른 척 하거나 괜찮다고 넘어가지도 않고,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분명하게 말로 전한다.


여다경은 본인이 원했다면 가정을 유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태오는 구원받은 느낌이었을 테니까. 

다행히 그녀는 이태오의 본성을 깨닫고 고산을 떠났지만, 이 또한 떠밀린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이었다.


여다경이 지선우와 가장 다른 점이다.


이별을 결심한 여다경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고, 담담하고 깨끗하게 삶에서 이태오를 도려냈다. 


지선우의 세계는 이태오와 함께 무너지고 또 무너졌지만, 여다경의 세계는 무너지지 않았다.

여다경의 세계는 그녀에게 중요한 것들로 단단히 채워져 있었고, 그 안에 더이상 이태오를 위한 자리는 없었기에. 



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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