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5: 성격심리학으로 본 인간
예뻐?
성격이 어때?
소개팅 하기 전 거의 100퍼센트 듣게 되는 말이라고 한다(필자는 소개팅 경험이 없다). 실제로 결혼 정보회사에서 조사한 이상적 배우자 선택 기준에서도 성격은 1위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반드시 연인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사람에 대해 알아가고 설명하려고 할 때 성격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럼 사람들이 이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은 대체 무엇일까?
성격이 어떠냐는 질문을 하면서 우리는 무슨 대답을 기대하는 걸까.
좋다, 나쁘다 두 가지로 대답이 나올 만 한 질문은 아니다.
주로 나오는 대답은 활발하다든가, 조용하다든가, 시원시원하다든가, 신중하다든가, 재미있다든가 하는 형용사의 나열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답들은 사람을 파악하는데 그다지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 형용사들은 그가 친구들과 어울릴 때 말을 얼마나 하는지, 점심 메뉴를 결정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엉뚱하고 재미있는 사건이 얼마나 있었는지에서 나온 것들일 뿐이었다.
아마 우리가 성격을 물으면서 알고싶었던 것은 그 사람의 삶에서 변하지 않을 부분일 것이다.
그 사람이 농담을 자주 꺼내는지 보다는 삶을 얼마나 유쾌하게 받아들이는지, 회사를 몇 번 옮겼는지 보다는 정착과 모험 사이에서 주로 뭘 택하는지, 이제까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보다는 나와 함께하며 앞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 우리는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알아내고 싶고, 전달하고 싶어 하지만, 어떤 기준에 근거해 판단을 내려야 할지 알지 못한다. 때문에 피상적인 일화들이나마 긁어모아서 파악해보려 애를 쓰게 된다.
학자들이 정의하고 분석한 성격을 알아보는 것은 이렇듯 상대방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적어도 수십년을 성격이란 무엇이며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연구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누군가를 알아가려 할 때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지 힌트를 준다.
인간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크게 심리학과 인류학의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심리학에서는 과학적 방법을 활용해서 검증과 예측이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인류학에서는 사람들 간의 상호작용에 집중해 실생활에서 활용 가능한 모델을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점에서 제각기 의미가 있다.
오늘은 그 중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격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성격은 개인차이자,
나이와 상황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안정적인 기질이다.
막 태어났을 때부터 예민하고 자주 우는 아이가 있고 주변 상황에 둔감하고 순한 아이가 있듯 우리 성격은 타고난 유전적 요소에서 많은 부분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성격은 쉽게 바뀌는 부분이 아니며, 올바른 방법으로 측정된다면 어느 정도는 우리의 행동과 반응을 예측하게 해준다.
성격심리학에는 이미 Big 5라는 반복적으로 검증된 신빙성 있는 모형이 있다.
Big 5 모형은 수많은 시간과 데이터를 들여서 인간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다섯 가지의 독립적인 축을 추려냈다. 특질들이 개방성(Openness to experience), 성실성(Consciousness), 외향성(Extravertism), 우호성(Agreeableness), 신경성(Neuroticism)으로 명명되었기 때문에, 이들의 영문명 앞글자를 따서 오션(OCEAN)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Big5 모델은 어떤 사람이 이 기질에 속한다고 분류하는 유형론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는 다섯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
다만 어떤 특성을 남들보다 높게, 혹은 낮게 가지고 있다는 상대적인 차이가 있고, 이런 상대성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일관성을 보인다.
개방성이 높은 사람은 새로운 자극을 신선하다고 여기며 겪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또한, 반복적이고 변화가 없는 삶을 권태롭다고 받아들이며, 관심사가 다양하고, 사소한 사건과 장면이더라도 감명받기 쉽다.
자신의 행동과 주변 환경을 얼마나 체계적이고 세심하게 관리하는지를 나타낸다.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특성이기도 하다. 높은 성실성은 깨끗하게 정리된 책상, 규칙적인 생활, 기한 엄수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외향적, 내향적이라는 단어는 사람이 모이는 활동에 얼마나 많이 참가하는지를 기준으로만 이야기하기 쉽다. 물론 사회성은 외향성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지만, 성격심리학에서 말하는 외향성은 사회성 외에도 다섯 가지 요인을 더 포함한다. 낯선 사람에게도 따뜻하고 사교적인 태도, 강한 자기 주장성, 높은 활동성, 신남과 기쁨 등 강렬하고 긍정적인 감정들, 그리고 중요한 요인인 자극추구성이 있다. 외향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사람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자신에게 좋고 신나는 것들을 더 열정적으로 추구하는 특성에 더 가깝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직하고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정도이다. 우호성이 높은 사람은 공감을 잘 하고 협조적이다.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강압적으로 지배하기보다는 동조하고 친절하게 대하고자 한다. 반대로 우호성이 낮은 사람은 독립적이고 자기 주관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신경성은 불안, 공격성, 우울감, 과민함, 충동성,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면들을 포함한다. 특질 자체가 부정적인 감정과 위험을 피하려는 마음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신경성이 높은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걱정이 많다. 자기 상태에 대해서도 대인관계적인 측면에서도 예민하고 불안이 많기 때문에 삶이 불편할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해야할 점은 외향성과 신경성은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외향성과 신경성이 동시에 높을 수도 있고, 동시에 낮을 수도 있고, 어느 한 쪽은 높고 다른 쪽은 낮게 나올 수도 있다. 매우 단순하게 말하자면 외향성이란 좋은 것을 쫓는 특성이고 신경성이란 나쁜 것을 피하려는 특성이다. 차에서 엑셀과 브레이크가 있듯, 둘 다 우리 삶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맡고 있다. 엑셀이 좋다고 차가 금방 잘 서는 것도 아니고, 브레이크가 좋다고 차가 더 빠르게 잘 가는 것도 아닌 것처럼 이들은 분리된 기질이다.
우리가 가지고 태어난 기질들은 선택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 아주 어릴 때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고 놀 건지 가지고 있는 장난감을 더 소중히 여길 건지에서부터, 오늘치 구몬이나 눈높이를 미루고 못 본척 할지 정해진 분량을 할지, 학교를 땡땡이칠지 재미없는 수업이어도 참고 들을지, 어떤 직장을 선택하고 누구와 만나는지 같은 큰 결정까지 관여해 우리가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도록 만든다. 물론 이런 다섯가지 특성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을 몇 가지 특성으로 완벽하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취향, 경험, 노력, 그 외에도 통계에서는 오차로 치부되는 것들은 한 사람 현재를 설명하는 데 빠뜨릴 수는 없다.
그러나 인생 전반에서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변화의 가능성이 적은 특징들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파악하는 것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꼭 필요하다. 성격심리학에서 계속된 검증으로 만들어낸 도구는 우리가 사람의 성격에서 어느 축을 중심으로 살펴보아야 할지 안내해주는 역할을 하고, 어렴풋한 미래나마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준다.
참고자료:
https://together.kakao.com/big-five
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