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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라 Nov 12. 2019

성격2: 삶에서 변하지 않는 부분

-나는 어쩔 수 없이 너와 다르다. 


세상에는 성격을 정의하고 연구하는 수많은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이 알고 싶은 것은 성격에 관한 고찰보다는, 우리가 누군가의 성격을 파악하고 함께 지낼 때 이를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일 것이다. 

생물인류학자인 헬렌 피셔의 성격 연구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질문에 가장 가깝다. 




사람의 성격은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나와 더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인가. 



생물인류학이 인간의 생물학적 특징을 진화론으로 해석하려고 하듯, 헬렌 피셔가 만들어낸 성격 이론도 사람의 성향과 행동을 뇌 시스템과 관련지어 설명하려 한다. 구체적으로는 뇌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의 특성에 맞추어 사람의 성격에도 네 종류의 축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도파민, 세로토닌, 테스토스테론, 에스트로겐이 각각 한 종류의 성격을 대변하는 축이 된다. 







도파민,

우리 뇌의 쾌락중추에서 나오며 보상 체계와 연관이 있는 호르몬이다. 식욕이나 성욕처럼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인 쾌락을 담당한다. 다이어트로 일주일을 물에 탄 가루만 먹다가 다 때려치우고 치킨을 먹었을 때, 끝내주는 섹스를 했을 때, 복권에 당첨 됐을 때, 머릿속을 팡 터뜨리며 희열을 느끼게 하는 게 도파민이다. 헬렌 피셔가 설명하는 사람의 도파민적인 기질도 이와 비슷하다.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친다. 새로운 일과 모험을 좋아하고 열정적으로 추구하지만 또한 쉽게 질린다. 개방적이고 창의적이며, 다소 충동적인 면이 있다. 이들은 자신의 머릿속에서 팡파르가 터지게 해줄 외부적인 자극을 찾아 다닌다. 



세로토닌,

세로토닌은 도파민보다 훨씬 잔잔한 만족감을 느끼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도파민은 쾌락 호르몬으로 불리며 보상이 있는 순간 뿜어져 나온다면,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며 늘 그 자리에서 우리 뇌를 조율한다.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상태가 세로토닌이 이끌어내는 상태다. 헬렌 피셔가 말하는 세로토닌적 기질 역시 안정감과 소속감을 좋아하며, 규칙을 잘 따르고 권위를 존중하며 사교적인 성향을 포함한다. 세로토닌 기질이 높은 사람은 자기통제력이 강한 편이고 사회적 관념, 관습을 중시한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화가 잘 되었다, 조직에 잘 녹아들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테스토스테론,

남성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은 공포에 무디게 만들며, 성욕과 경쟁적 행동을 부추긴다. 남성호르몬으로 알려져 있어서 남성에게서만 나타난다고 오해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남성에게든지 여성에게든지 있으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다. 테스토스테론적 기질도 이와 비슷하다. 계급과 서열에 민감하며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한다. 표현이 직설적이고 자기 주장이 강하다.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결단이 빠르다. 시공간지각력이 높고 어느 한 가지 목표나 관심사에 꽂히면 깊게 파고들지만 다른 것들에는 무심한 경향성이 있다. 남의 감정에 공감하고 동조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있어 무신경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이 느끼는 감정에는 민감하고 충실하게 반응하며, 감정의 크기가 크다. 



에스트로겐,

여성호르몬이다. 에스트로겐은 사랑호르몬이라 불리는 옥시토신과 관련이 높은 호르몬이다. 이들은 부모의 사랑, 감정적 교류, 신뢰와 유대 관계 형성 등 사회적 관계의 많은 부분에 작용한다.  테스토스테론과 마찬가지로 에스트로겐도 성 호르몬으로 자주 언급되지만 남녀에게 모두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에스트로겐 성향이 강한 사람은 사람에 대한 신뢰가 있고 쉽게, 그리고 깊이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직관적이며,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내는 종합적 사고 능력이 뛰어나다. 친사회적이고 사람들에게 너그럽게 대하며, 애착을 가진 대상을 돌보려고 한다. 






인간이라면 네 가지 기질을 모두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 그 중 특히 두드러지는 성격이 있다. 헬렌 피셔는 강하게 나타나는 특성을 1차성격, 2차성격이라 부르고 이들의 조합에 따라 사람의 성격을 12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헬렌 피셔는 각 유형 별 특징과 함께, 서로 다른 유형의 사람끼리 관계를 발전시킬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는지까지 설명한다. 


심리학의 Big5든 헬렌 피셔의 유형이론이든 성격이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초점을 맞추어야 부분은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의 전반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특질이 있다는 걸 이해하고, 상대방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에 휩쓸리지 않으며 더 본질적인 부분에 대해 알아나가는 것이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안다는 것만으로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내 에너지를 쏟아붓지 않게 되면, 반대로 함께 가꿔나갈 수 있는 부분에 더 투자할 수 있다. ‘어쩔 수 없는’, ‘원래 그런’ 이 이유가 되는 부분과 핑계가 되는 지점을 알고 대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덧붙여 나와 상대방이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관계가 수월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무심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은 상대방도 좋아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번지점프를 얼만큼 즐기고 좋아하더라도,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을 데리고 가서 한 번 해보면 재미있으니 뛰어 내리라고 강요하면 사이가 틀어질 뿐이다. 


그리고 다름을 인정하는 데서 더 나아가면, 우리가 서로에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보인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찾아 나서는 사람도 때로는 짐을 내려놓고 쉴 곳이 필요하다. 아무리 평화로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삶에 약간의 모험과 재미를 원한다.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도 인정과 지지가 필요하고,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도 경쟁이 필요한 때가 있다. 


Big5의 특성도 마찬가지다. 개방성(O)이 높은 사람을 보며 삶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고, 성실성(C)이 높은 사람에게서는 인생을 성실하고 꼼꼼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외향성(E)이 높은 사람을 보면서 그들의 에너지를 받아올 수 있고, 우호성(A)이 높은 사람들에게서는 화합하고 협동하는 법을 얻을 수 있다. 신경성(N)이 높은 사람들은 무엇을 주의해야할 지 알려줄 수 있다. 


어차피 사람은 모두 다르다. 


나와 모든 생각과 의견이 맞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간다. 진화론에 따르면 그렇게 다른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가 여태까지 살아남았다고 한다. 누군가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누군가 그곳에 정착해 땅을 일구며, 누군가는 외부에 대항하고, 누군가는 삶을 다독였을 것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너와 다르다. 


하지만 다름이 다툼이 될지, 그저 다름으로 남을지, 다채로움이 될지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 




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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